
(서울=열린뉴스통신) 최지혜 기자 = 68년간 한국 영화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영화계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영화계와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고인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려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엿새 만에 생을 마감했다. 비보를 접한 아들은 급히 귀국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안성기는 지난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해 다시 입원 치료를 받는 등 병마와 싸워왔다. 투병 중에도 공식 석상에 밝은 모습으로 참석하며 복귀 의지를 드러냈으나 안타깝게 영면에 들었다.
1952년생인 고인은 다섯 살이던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이후 '10대의 반항'(1959), '하녀'(1960) 등에서 천재적인 아역 연기를 선보이며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소년특별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성인이 된 후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로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1980~9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칠수와 만수',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시대의 얼굴을 대변하는 연기를 펼쳤다.
2000년대 들어서도 '실미도'로 천만 관객 시대를 열었으며 '라디오 스타', '부러진 화살' 등 작품성 있는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최근작인 '한산: 용의 출현'(2022)과 유작이 된 '노량: 죽음의 바다'(2023)에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마지막까지 현역 배우로서의 품격을 지켰다.
고인은 백상예술대상,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국내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으며,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평생을 TV 드라마 출연 없이 스크린에만 헌신했으며, 철저한 자기 관리와 인품으로 영화계 선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장례는 영화인장(葬)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가 주관하며, 신영균 명예위원장을 필두로 배창호 감독,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등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운구를 맡을 예정이다.
소속사 측은 "안성기가 남긴 작품과 정신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기억될 것"이라며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추측성 보도는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다. 장지는 경기 양평 '별그리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