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열린뉴스통신) 최지혜 기자 = 필리핀 마닐라 도심 한복판에 문을 연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신상 레스토랑 ‘NYX(닉스)’가 도전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200여 가지 메뉴를 신선한 재료로 파인다이닝급 퀄리티로 풀어내면서도, 기존 뷔페처럼 접시를 들고 줄을 서거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집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각 섹션에 배치된 직원에게 주문하거나 테이블의 QR코드를 통해 요청하면 요리를 한 접시씩 직접 서빙해 주는 ‘알라카르트(À la carte)식 뷔페’ 방식이다.

푸아그라, 생굴, 와규, 프리미엄 사시미급 해산물, 수제 샤퀴테리 등을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는 물론 칵테일과 와인 등 다양한 주류 및 음료도 시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이곳은 향후 필리핀 미식의 정수를 경험할 ‘미식 목적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지난 2월 초 마닐라 마카티(Makati)의 원 아야라(One Ayala)에 문을 연 하이엔드 브랜드 NYX는 필리핀 최대 외식 기업 바이킹(Vikings) 그룹의 야심작이다. 가짓수만 내세우는 전형적인 뷔페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파인다이닝의 정교함과 뷔페의 편의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다.
접시 들고 줄 서지 않는 뷔페… ‘QR 주문’과 테이블로 직접 가져다 주는 스타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서비스 방식이다. NYX에서는 손님이 접시를 들고 긴 동선을 따라 음식을 퍼 담는 대신, 주문한 요리를 즉석에서 조리해 테이블로 직접 서빙한다.

이 같은 방식 덕분에 차가운 메뉴는 차갑게, 뜨거운 메뉴는 뜨겁게 최적의 온도에서 제공된다. 대량 조리 음식에서 흔히 느껴지는 미지근함이나 위생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20여 개 브랜드 거느린 바이킹 그룹의 ‘Class A’ 승부수
지난 2011년 설립된 바이킹 그룹(Vikings Philippines)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외식 전문 기업이다. '바이킹', 'NIU', '디 앨리' 등 20여 개 브랜드와 7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필리핀 전역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NYX는 그간 구축해온 ‘뷔페 제국’의 위상을 넘어, “규모를 넘어선 ‘영혼’이 담긴 뷔페는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바이킹 그룹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가 대중적인 시장(Class B·C)을 겨냥했다면, NYX는 보다 세심하고 개인적인 미식 경험을 원하는 고객(Class A)과 글로벌 관광객을 위해 설계됐다”며 “뷔페 시스템에 단품 요리의 퀄리티와 서비스를 접목해 음식과 서비스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NYX의 주방을 총괄하는 마리 조 상랍 카마리스타 (Marie Jo Sanglap Camarista) 셰프는 이 브랜드를 위해 2년 전부터 콘셉트를 구상해 왔다고 한다. 그는 “우리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알라카르트와 뷔페를 결합한 개념을 시도했다”며 “정식 오픈 전 두 달간의 테이스팅 기간을 거치며 메뉴와 서비스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NYX는 약 400석 규모의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고객 개개인에게 집중하는 퍼스널 서비스를 지향한다. 프라이빗 다이닝룸도 운영해 비즈니스 미팅과 고급 연회 수요까지 함께 흡수하고 있다.
셰프 마리 조의 철학 “재료가 메뉴를 결정한다”
마리 조 셰프의 철학은 분명하다. 그는 메뉴를 먼저 정해놓고 식재료를 끼워 맞추는 대량 생산형 방식 대신, 최상의 해산물과 육류를 먼저 선별한 뒤 그 재료에 맞춰 메뉴를 구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나의 세트 메뉴를 완성하는 데만 거의 1년이 걸렸을 정도다.

30년 가까운 경력을 가진 마리 조 셰프는 호주 시드니와 유럽을 거쳐 바레인 왕실의 식재료 조달 전문가로 활동한 뒤, 9년 전 바이킹 그룹에 합류해 럭셔리 라인업인 NIU와 NYX를 총괄하고 있다.
“음식이 아닌 기억을 판다”… 마닐라의 ‘목적지형 레스토랑’으로
마리 조 셰프는 NYX가 관광객들이 필리핀에 도착해 처음 찾거나, 출국 전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목적지형 레스토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추억을 파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공간 연출도 이 같은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신비로움과 우아함, 권능을 상징하는 그리스 밤의 여신 ‘NYX’라는 이름에 걸맞게 레스토랑 내부는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꾸며졌고, 라이브 바 음악이 더해져 한층 분위기를 살린다. 음식과 서비스, 공간 연출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한국인 입맛 사로잡는 ‘엘리베이티드 필리핀 푸드’
NYX의 또 다른 특징은 필리핀 현지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인 방문객에게 추천된 ‘소 볼살 칼데레타(Beef Cheek Caldereta)’는 기존 칼데레타의 투박한 질감을 벗어나 한층 부드럽고 정교한 식감을 구현했다. 필리핀 전통 새우젓인 바구옹(Bagoong)은 버터와 결합해 보다 부드럽고 세련된 감칠맛으로 풀어냈다.
마리 조 셰프는 “한국 요리 특유의 풍미를 존중하면서도, 필리핀 로컬 식재료가 그 맛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레시피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식 기준이 높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한국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품질 육류와 신선한 해산물 섹션도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위생과 품질 관리… 글로벌 스탠다드 준수

NYX의 강점은 위생과 품질 관리에서도 드러난다. 주문 즉시 조리·서빙하는 시스템 자체가 음식의 노출 시간을 줄이고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알라카르트와 뷔페를 함께 소화할 수 있도록 주방 흐름을 세심하게 설계해, 대형 뷔페에서 흔히 지적되는 품질 저하 문제를 최소화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북부권 확장 및 글로벌 시장에 대한 기대감
바이킹 그룹은 현재 마닐라 북부 케손시티 오퍼스 몰(Opus Mall)에 두 번째 NYX 매장을 준비 중이다. 현장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도 확인됐다. 다만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한국 진출 계획은 향후 별도 확인 절차를 거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이엔드 서비스를 지향하는 NYX의 이용 가격은 성인 기준 평일 런치가 2,288페소(2일 기준 한화 약 5만 7천 원), 평일 디너와 주말 및 공휴일은 3,288페소(약 8만 2천 원)로 책정됐다. 어린이 고객의 경우 키에 따라 788~2,188페소(한화 약 2만 원~5만 5천 원) 사이의 차등 요금이 적용된다.
취재협조=IRC(아일랜드리조트클럽), 투어민, 호텔패스, 필리핀관광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