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뉴스통신
©ONA

(서울=열린뉴스통신) 안준용 기자 = 디즈니 픽사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 코코', '인사이드 아웃' 등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울렸다.

그만큼 픽사가 내놓았던 영화 하나하나가 참신했고,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줬다.

하지만 '루카'는 그 독창성과 오리지널리티를 모두 잃었다.

나름 참신하다고 할 수 있는 바다괴물조차도 '몬스터 주식회사'의 몬스터들과 '벅스 라이프'의 벌레들에서 느낄 수 있는 참신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에서 볼 수 있었던 지극히 평범한 외계종족 느낌이랄까.

패러디나 오마주가 아닌 이상 영화를 보다가 다른 영화를 떠올리게 되면 결코 좋은 영화는 아니다.

 

★ 어라? 어디서 많이 본 메시지?

디즈니 공식?

'루카'나 '알베르토'를 비롯한 바다괴물이란 설정은 '포르토로소' 사람들과 외모적으로 확연히 다른 '이방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어디서 많이 본 메시지이지 않은가. 디즈니와 픽사 작품의 스테디 트렌드이자 다양성이 휩쓰는 할리우드의 주된 메시지이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도 각기 다른 5 부족이 갈등을 겪다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게 된다.

'겨울왕국 2'에서도 각기 다른 두 집단이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고 화합하게 된다.

'주토피아'에서도 각기 다른 두 종족이 갈등을 겪다가 화합하게 된다.

'루카'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리 깊지 않다. '루카' 직전에 나온 '소울'은 소박한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삶의 중요성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루카'는 소박한 여름날의 일상에서 멈춘다. 

루카처럼 깊은 곳으로 가기 싫은 메시지

다양성의 메시지는 '루카' 엄마의 과잉보호에서 '억지로' 출발한다.

[디즈니플러스 캡쳐]
[디즈니플러스 캡쳐]

첫 장면에서 인간 '토마조' 일행은 바다괴물 '루카'를 발견했다고 작살부터 던지고 '루카' 엄마는 바다 위 세상(바깥 세상)은 위험하다고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루카' 엄마는 '루카'에게 "2분이나 늦었네. 그러면 큰일 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들은 죽이려고 여기에 온다"라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급기야 '루카' 엄마는 아귀 같은 '우고 삼촌'과 함께 바다 밑바닥으로 보내려한다. "엄마가 사랑하는 것 알지?"라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곁들어서.

다양성과 포용성과는 담을 쌓으면 결론은 뻔하지 않나? 결국은 나중에 서로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영화의 유일한 메시지인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는 장면은 너무나 빨리 만들어진다. 

'포르토로소 레이스'의 후반부인 내리막길에서 동네 빌런 '에콜레'가 자전거를 거꾸로 타는 신기술을 보여주면서 작살로 '루카'와 알베르토'를 잡으려고 한다. '줄리아'가 '에콜레'를 막고 '루카'와 '알베르토'는 쓰러진 '줄리아'를 부축한다.

작살을 들고 바다괴물을 잡으려던 '줄리아'의 아빠 '마시모'는 딸과 함께 있는 바다괴물 둘을 보고 "그들은 '루카'와 '알베르토'"라고 매우 짧은 시간에 인정한다.

[디즈니플러스 캡쳐]
[디즈니플러스 캡쳐]

마찬가지로 그물과 작살을 들고있던 마을 사람들도 '마시모'의 말 한 마디에 잡기를 포기한다. '에콜레'만이 포기를 못하고 악당의 사이드킥 '치초'와 '귀도'에게 참교육을 당한다는 진부한 권선징악 메시지도 담았다.

이런 매력없는 악당이 무슨 소용이람. [디즈니플러스 캡쳐]
이런 매력없는 악당이 무슨 소용이람. [디즈니플러스 캡쳐]

그토록 무서워하는 바다괴물들이 레이스에 참가하고 며칠간 같이 지내서 그런지 '루카' 부모님 둘이 모습을 드러내고 할머니 둘도 비로소 진짜 모습을 드러내도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순식간에 하나가 된다.

종족간 화합이 이토록 쉬운건가. 파티까지 연다. 

예상을 했던 다양성과 포용성의 메시지는 그렇게 맥없이 갑자기 갈등이 풀리면서 다가왔다. 

 

★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

▶'코코', '모아나'

'루카'는 '코코'와 '인사이드 아웃' 제작진이 만든 영화다. 그래서인지 캐릭터들과 스토리도 두 영화와 많이 닮았다. 

'코코'의 '미구엘'과 '루카'. 비슷한 나이대인지 목소리도 비슷했다. '미구엘'과 '루카' 모두 금기를 깨는 캐릭터이다.

[디즈니플러스 캡쳐]
[디즈니플러스 캡쳐]

'미구엘은' 음악을 싫어하는 가족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몰래 음악을 사랑하고 있었다.

'루카'도 바다 위로 가지 말라는 가족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몰래 올라간다.

그리고 둘의 가족은 '음악하지 말고 신발 만드는 전통을 이어가는 것'과 '바닷속에서 집안일을 돕고 평범하게 사는 것'을 하는 아이를 '착한 아이' 규정하고 어겼을 시 불같이 화를 낸다.

기타 부시는 할머니. [디즈니플러스 캡쳐]
기타 부시는 할머니. [디즈니플러스 캡쳐]

'루카'의 부모님이 육지로 올라와 '루카'를 찾아다녔듯이 저승에 있는 '미구엘'의 가족들도 '미구엘'이 두번째로 저승에 오자 찾아다닌다. 

비슷한 스토리를 위한 비슷한 캐릭터 설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다른 점은 두 영화에서 할머니가 차지하는 역할이다. '미구엘'의 할머니는 가장 음악을 혐오하는 등 금기를 중요시하는 캐릭터이지만 '루카'의 할머니는 오히려 '루카'를 감싸는 등 '모아나'의 할머니와 닮았다.

모아나 할머니. [디즈니플러스 캡쳐]
모아나 할머니. [디즈니플러스 캡쳐]

먼 바다로 나가지 말라는 '모아나'의 부모님도 '미구엘'의 가족과 '루카'의 부모님과 매우 비슷하다.

▶바다코끼리 같은 캐릭터

'루카'의 아빠를 보고 '몬스터 대학교'의 돈 칼튼이 떠올랐다. '루카'가 독창성을 잃었다는 이유다. 픽사의 작품들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에서 존재한다는 '픽사 이론'에 의거해 '돈'과 '루카'의 아빠가 먼 친척이지 않는 이상 너무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닮았다. [디즈니플러스 캡쳐]
닮았다. [디즈니플러스 캡쳐]

또다른 바다코끼리 같은 캐릭터인 '인사이드 아웃'의 봉봉. 

▶ 다른 캐릭터들

그리고 다른 회사지만 '미사모' 아저씨와 같은 직업을 가진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의 이 아저씨.

직업도 비슷하다. [디즈니플러스 캡쳐]
직업도 비슷하다. [디즈니플러스 캡쳐]

언젠가부터 디즈니와 픽사의 'B급 동물' 카메오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모아나'의 별난 닭 '헤이헤이,' '도리를 찾아서'의 '베키' 등 눈이 이상하게 큰 동물들. 이런 공통점은 그냥 재미로 찾아봤다.

대체 왜? [디즈니플러스 캡쳐]
대체 왜? [디즈니플러스 캡쳐]

 

★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코코'와 '인사이드 아웃'을 제작한 '루카'의 제작진들은 '루카'도 비슷한 스토리를 풀어낸다.

▶금기와 가출

세 영화는 주인공들이 모두 금기를 깨고 가출해서 본격적으로 갈등이 시작된다.

'코코'의 '미구엘'은 음악을 금지하는 가족의 금기를 깨고 '델라쿠르'의 기타까지 연주하면서까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난다.

'루카'는 바다 위 세상을 가지말라는 가족의 금기를 깨고 '알베르토'와 베스파 스쿠터를 타고 세상을 누비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떠난다. 나중에는 '알베르토'가 금기를 역이용해 '줄리아'와 학교에 가려는 '루카'를 막는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라일리'는 이사온 동네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짜 가출을 택한다. 이 경우에는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동네로 향하지만. '라일리'는 가출을 하기 위해 엄마 지갑에 손대는 부도덕한 일까지 저지른다. '절도는 나쁜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의 금기가 깨지고 '정직의 섬'도 무너진다. 

간 큰 라일리. [디즈니플러스 캡쳐]
간 큰 라일리. [디즈니플러스 캡쳐]

어쨋든 셋 다 부모님 속 썩이는 것은 똑같다.

'모아나'도 마찬가지다. 먼 바다로 나가지 말라는 금기를 깨고 결국엔 '마우이'를 찾아 깊고 먼 바다를 향해 나간다.

 

초반에 언급했듯 영화를 보다가 다른 영화가 생각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영화가 아니다. DC의 '아쿠아맨'을 보다가 마블의 '블랙팬서'와 디즈니의 '라이온킹'이 생각나고 '승리호'를 보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월-E'가 생각났듯이. 

이미 비슷하다고 느낀 순간 오리지널리티는 사라진 것이다.

기자는 디즈니 픽사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디즈니와 픽사의 상상력에 감탄했고 창의성에 경의를 표했다. 

이토록 비판하는 이유는 다 픽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알지?

You know I love you, right? [디즈니플러스 캡쳐]
You know I love you, right? [디즈니플러스 캡쳐]

 

저작권자 © 열린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