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청년주거문제연구소 소장.©열린뉴스통신
김철수 청년주거문제연구소 소장.©ONA

정말로 나는 한 번도 박사과정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공부자체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박사를 받아 뭐해? 라는 소극적인 결론을 일치감치 내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인생이라고!. 그때와 지금은 상황도 사람도 많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사는 석사과정과는 달리 필수적으로 논문을 써야 한다. 논문에 가장 중요한 방법론 습득이 통계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최근에 통계학 수업을 들었고 과목 만족도도 괜찮았고 성적도 좋았지 않았는가?. 내 의지만 굳건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이 내려지자 한 학교에만 원서를 제출하였고 2019년 3월 나는 드디어 부동산 박사학위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지만 열심히 다녔다.

2019년 한 해 동안의 학교 수업내용도 나의 부동산 업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고객들과의 상담과정에서 더욱 자신감이 생겼고 상담의 내용도 풍부해지는 것을 나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두 번째로 나의 사무실 인근지역에는 기존의 부동산 사장들이 ‘××회’ 라는 이름으로 친목단체 같은 부동산 중개업소 회원제가 운영되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가입을 해서 활동하는 것 또한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회’ 친목회에 가입하지 않은 비회원에게는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소문이 들기 시작했다. 예상되는 불이익이란 뻔한 얘기였다.

회원끼리만 공동중개를 하고 비회원은 배제하며, 만약 회원 중에 비회원과 거래를 하면 그들이 정해놓은 회칙에 따라 거래한 회원도 패널티를 부과함으로써 결국은 비회원의 영업을 방해하겠다는 것이었다.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가입을 하던지 아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최소한의 방어력은 필요했다.

그러던 와중에 공인중개사협회 중앙회 회장 선거 및 지역 조직장 선거 시즌이 돌아왔다. 방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직장 선거에 출마할 결심을 하였다. 입후보 자격에 관한 회칙내용을 검토해 보니 나는 지부장이나 지회장 피선거권은 자격요건이 미달이었다.

등록 경과연수가 조금 부족했다. 오직 분회장만 입후보 가능했다. 분회장은 ‘통장’ 정도로 이해하였다. 통상 분회장은 선출된 지회장이 임명권을 갖지만 나처럼 분회장에 직접 입후보 하는 경우에는 전국적으로 매우 희소한 경우였다. 곧 입후보 절차에 돌입했다.

각종 입후보자 증빙자료를 해당 기관에서 발급받고 기탁금 10만원과 함께 봉천동 중앙회 사무실에 접수를 하였다. 예상대로 나 혼자 입후보를 하였다. 무투표 당선을 한 것이었다. 아무런 권한은 없고 협회 전달사항을 연락업무가 주된 업무인 그야말로 봉사직 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 분회 지역 내에 존재하는 ‘××회’ 의 횡포와 대단히 잘못된 그들의 행동에 대해 충분한 방어력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결정에 만족하였다.

분회장이 되고 나서 두 달 뒤쯤 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분회장님! 혹시 ‘검찰청시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생각이 없으세요?”. 검찰청에서 관내 민간 유관기관의 추천을 받아 검찰시민위원 후보자를 추천받는다고 해서 협회에서는 나를 추천하고 싶다는 의향을 물어왔다. 추천하고자 하는 성의와 추천한다고 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얘기에 선뜻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그런데, 2개월 뒤인 12월에 검찰청에서 문자가 왔다. ‘귀하를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됨을 알려드립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위촉장을 받으러 검찰 청사 안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검사장님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중개업을 시작하면서 생애처음으로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질 것 같네’ 걱정반기대반이 생겼다.

<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출처 : 왕초보 부동산중개 그냥 따라하기(갈라북스, 202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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