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열린뉴스통신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ONA

[열린뉴스통신=이인권 칼럼니스트] 올 한해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문화예술 분야도 꽁꽁 얼어붙게 했다. 특히나 예술가들은 일반 직장인이나 사업운영자들과 달리 어떻게 보면 프리랜서나 다름없는 신분이다.

그래서 예술적 관점에서는 대중의 정신적 · 정서적 활력을 돋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안정성이 담보되어 있지 않다. 그런 환경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은 문화예술계가 역대급으로 침체되어 있지만 민생과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은 터라 사회적 관심이 덜하다.

어쨌든 예술의 유래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해 왔다. 예술은 인간이 먹고, 자고, 말하는 기본적인 생명활동에 더해 인간의 존재를 더 품격 있게 만드는 핵심가치다. 그것은 예술이 고등동물인 인간에게 영혼의 활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원래 예술의 영역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곧 공연예술, 전시예술, 요리예술, 언어예술이다. 그렇다고 보면 예술이란 인간의 삶 자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생각을 하게된다.

공연예술은 세부적으로 연극, 무용, 음악, 마술, 오페라, 희극, 곡예, 무술, 행진악대로 구분했다. 이에 올리버 바클리는 예술의 기능을 세 가지로 보았다. 첫째 기분전환을 하게 하거나 활력소를 주는 것, 둘째 의사소통을 돕는 것, 셋째 사회를 교화(civilizing)시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문화’ 라 할 수 있다.

(사진=Pixabay©열린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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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예술은 원초적으로 인간들이 자신들의 내면에 담고 있는 생각들을 표현하고픈 욕구에서 선택한 상호소통의 방법이었다. 지금은 문화의 시대가 되면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영향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었다.

여기에 국민의 생활환경이 여유로워지면서 인간의 욕구 영역 중에서 가장 높은 단계라 할 수 있는 정신적 성취감 내지 만족감에 대한 기대도 증폭되었다. 그래서 문화예술의 향수는 어떤 특수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단계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매슬로우의 동기유발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대입해본다. 예술적 창작은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상위단계인 자기실현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고도의 정신활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희열인 격이다.

어떤 장르의 예술가들이든 그들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심미적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한다. 예술가는 창작을 통해 자기실현의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정신적 또는 정서적 만족감을 얻어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킨다.

지금 문화복지는 인간의 기초적인 의식주 단계를 넘어 사회의 정신기반을 윤택하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나아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인류 문명이 첨단화된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규정한 이유다. 이렇듯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문화예술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게 했다.

(사진=Pixabay©열린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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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문화예술의 다양한 정책이 확대되었고, 문화예술의 물리적인 외연 확장과 함께 대중들의 문화마인드가 확산됐다. 문화예술이 원천적으로 인간의 군집본능을 하나의 유기적인 사회조직으로 체계화시키는 매개체 역할도 감당하게 됐다.

인간사회에서 문화예술은 태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정주 환경과 생활여건에 대응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양식 그 자체이다. 그래서 인류문명의 발달은 곧 문화예술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각각의 민족과 국가와 지역에 따라 문화예술의 양태가 다양하다. 

현대에 와서는 문화예술이 한 국가나 사회의 수준을 가리키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나아가 문화예술이 국가와 지역사회 경쟁력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신속성·편의성·오락성으로 상징되는 고도기술이 지배하는 하이테크 환경에서는 인간이 오히려 감성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현대인들은 “편의점처럼 하루 24시간 내내 인간을 접속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난무하는 ‘기술오염지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 자유를 줄 것으로 여겨졌던 기계문명에 오히려 속박되어버린 형국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은 고도기술 사회가 도래하면서 잃어버렸던 인간 본래의 감성을 찾게 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켰다. 디지털혁명이 사회를 영원히 주도해버릴 것만 같았지만 인간은 과거 아날로그시대의 향수를 그리워하고 있다.

(사진=Pixabay©열린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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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해결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정’(情)이나 ‘맛’과 같은 아날로그식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곧 본연의 인간 감정과 정서를 표출하고자 한다. 또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고감도(high touch)의 순수 즐길거리를 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예술은 다양한 형식으로 된 ‘오락거리’(entertainment)의 집합체다. 곧 예술은 ‘흥’(amusement)이라는 요소를 품고 있다. 바로 이 고감도의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문화예술이며, 시대의 변화된 모습도 예술에는 녹여져 있게 된다.

따라서 고도기술 사회가 되면 될수록 문화예술에 대한 향수는 이에 비례해 더욱 강렬해지게 된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한층 더 커질 것이다. 하루 속히 코로나19가 진정돼 예술가들이 대중과 함께 넉넉한 마음으로 정서를 함께 나누는 소통이 다시 활발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이인권 칼럼니스트(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문화커뮤니케이터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석세스 패러다임',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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