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모컨을 쥔 포항시민
박희정 / 포항시의원 (더불어민주당)
어릴 적, 나는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참 좋았다.
만화를 보기 위해 숙제를 서둘러 끝내고, 저녁 드라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밥을 천천히 먹던 기억도 있다. 채널이 몇 개 없던 시절이라, 원하는 방송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야 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리모컨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수백 개의 채널이 펼쳐진다. 공중파부터 케이블, 종편까지 900번이 넘는 채널이 나온다.
마음에 드는 방송이 나오면 멈추고, 아니면 넘기면 된다. OTT 서비스는 더 편리하다. 정해진 시간에 맞출 필요도 없다. 보고 싶을 때 보고, 다시 보고 싶으면 다시 보면 된다.
유튜브는 또 어떤가. 검색 한 번, 클릭 몇 번이면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이 알아서 쏟아진다. 이 모든 공통점은 하나다. 선택권이 시청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재미 있으면 보고, 재미 없으면 바꾼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당과 정치인은 시민에게 선택받기 위해 끊임 없이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거대한 방송국 같은 정당이 정보를 독점했지만, 지금은 유튜브 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 콘텐츠가 제공되는 시대다.
그런데 정치 만큼은, 어떤 지역에서는 여전히 채널이 고정돼 있다. 리모컨을 쥐고 있으면서도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영상이 수없이 올라 오고,‘과메기 정치’라는 말이 회자돼도 좋아요가 늘어날 뿐, 실제 선택은 바뀌지 않는다.
물론 익숙함에는 이유가 있다. 바꾸는 데는 약간의 불편함과 낯섦이 따른다. 하지만 한 번쯤은 질문해 봐야 한다. 그동안 같은 채널을 계속 선택한 결과, 우리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포항의 인구는 2025년 11월 말 기준 48만8,855명이다.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K-스틸법이 제정됐지만, 포스코와 포항제철소를 둘러싼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문을 닫는 가게들은 늘어나고, “IMF와 코로나 때는 지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이 거리 곳곳에서 들린다.
이제는 한 번쯤,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넘겨볼 때다. 채널을 바꿔야 경쟁이 생기고, 경쟁이 있어야 긴장하고 일한다. 시청률이 떨어질까 걱정해야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든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선택이 있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
조금의 수고 로움과 낯섦이 있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더 나은 채널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포항의 미래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리모컨은 이미 포항시민의 손에 쥐어져 있다. 이제, 더 나은 채널의 버튼을 누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