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제공=섬으로 간 나비)
강찬.(제공=섬으로 간 나비)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동현이가 던져준 설정으로 극중극에 빠지게 된다. 초반에 몰입하지 못하는 봉수가 점점 감화되는 과정에서 그의 상태는 어떤가.

정원 – 저희는 배우여서 갑자기 시킨 걸 어색한 척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배우 박정원이 아니라 봉수면 못할 수도 있지 않나. 오히려 봉수는 그 상황을 즐겼을 거 같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봉수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즐기는 모습을 더 표현하려고 했다. 봉수에게는 살면서 처음 즐겨보는 일인 거 같다. 만화 그리는 거 말고는 즐기는 게 없지 않았을까.

동준 - “여기가 무인도야”라는 동현의 말로 시작되는데 봉수는 이 연극을 ‘해야 돼, 말아야 돼’보다 옆에 수아가 있어서 같이 하면 재미있겠다고 느낀다. 어항에서 자란 물고기가 연못에 가면 더 큰다고 한다. 조그마한 세상에 살던 봉수가 넓은 무인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맞춰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인 인물이 능동적인 인물로 변하게 되는 순간이다. 또 우리가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할 때 ‘나는 엄마 연기하고 있어’가 아니라 ‘나는 엄마야’라고 생각하며 빠져서 놀지 않나. 소꿉놀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거처럼 봉수는 다시 현실에 돌아가야 할 때 빠져나오고 싶지 않고 무서웠을 거 같다.

찬 – 그림으로 치자면 들어갈 땐 점 하나를 찍은 건데 나중에 봉수가 물감으로 칠하는 거다. 봉수가 방 안에 있는 모든 게 이야기인 걸 알아도 현실에서 느낀 결핍을 하나하나 색을 칠해가면서 해소해간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나만의 그림이 완성됐을 때 사실 그냥 이야기인데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결핍이 많았고, 그 결핍이 해소되는 과정이 상상이지만 실제라고 믿고 싶을 만큼 행복했던 거 같다. 누구는 봉수를 과몰입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 결핍이 많았던 친구고, 결핍이 해소돼서 행복하다고 믿고 싶은 거 같다.

박정원, 박란주.(제공=섬으로 간 나비)
박정원, 박란주.(제공=섬으로 간 나비)

Q.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가지고 가고 싶은 세 가지는.

정원 – 대본...

찬 – 팬레터... (일동 웃음) 저는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을 데려가고 싶다. 날이 잘 드는 칼과 종이랑 펜을 가져가서 뭔가 남기고 싶을 거 같다. 그리고 혼자 가면 일주일이면 죽을 거 같지만 고양이들이 있으면 얘네를 책임지고 뭐라도 먹여야 하니까 사냥을 하게 되지 않을까.

동준 – 베어 그릴스, 강형욱 동물 훈련사, 이국종 교수님. 저는 이 세 분과 함께 간다면 무조건 살아서 돌아온다.

정원 – 불... 세 가지를 선택하는 게 가혹하다. 그냥 아무것도 안 고르고 싶다.

Q. 무인도를 떠올렸을 때 사막 같은 무인도나 타잔이 나올듯한 우림의 모습도 있을 텐데 각자가 무인도는 어떤 그림인가.

찬 – 저는 야자수가 있는 무인도에서 절벽으로 내려다보이는 걸 상상했다. 절벽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서 넓게 펼쳐진 곳이다.

동준 – 저의 상상 속 무인도는 열대우림의 아마존처럼 야만인이 있을 거 같고 풀 사이가 굉장히 습하고, 전설의 동물도 있을 거 같다.

정원 – 하와이는 안 가봤지만 하와이의 느낌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평화롭고 가끔 비도 오는 곳으로 토끼나 다람쥐가 있을 거 같다. 사실 제가 상상하는 게 다 있을 거 같아서 평화로운 분위기의 무인도라면 잘 살아갈 거라고 예측해본다.

김동준, 박영수.(제공=섬으로 간 나비)
김동준, 박영수.(제공=섬으로 간 나비)

Q. 무인도처럼 나만의 아지트를 소개하자면.

정원 – 집 근처에 남산이 있는데 저만의 코스가 있다. 산에 운동 기구가 있는 곳을 산스장(산 + 헬스장)이라고 부르던데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다가 산스장을 찾으려고 돌아다녔다. 제가 늘 산책 다니는 코스가 아니라 남산을 한번 돌았더니 좋은 곳이 정말 많더라. 거기서 야경 한 번 보고 운동을 하고 있다.

찬 – 저는 집돌이라서 제 방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방 한편에 건반을 두고 작곡 공부를 하고 있다.

동준 – 자취하는 방에서 본가에 가서 반려견과 가족과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Q. 취업준비생인 봉수를 연기하고 있지 않나. 현재 시국에서 취업준비생은 더 힘들 텐데 그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찬 – 이 작품은 꿈을 가진 사람이 행복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어릴 땐 꿈을 좇는 사람으로 꿈을 이루는 것만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처음 입학한 대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꿈을 따라간 거라 그거야말로 값진 인생이고 주위에서 주저하고 있는 친구에게 꿈을 심어줘야겠다고 느꼈다. 하지만 꿈이 없어도 행복하다면 그래도 괜찮다.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게 꿈일 수 있고 다른 것일 수 있지 않나. 꿈이 없어도 지금 행복한가? 그렇다면 꼭 꿈이 없어도 된다.

동준 –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말이 참 어렵다. 제가 처해있지 않은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제가 뭐라고 감히 그들의 상황을 응원할까. 취업 준비라고 하면 누군가는 뚜렷한 목표가 있을 수 있고, 누구는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힘내세요, 잘 될 겁니다”는 말이 책임감 없이 하는 말일까 봐 걱정된다. 하지만 누구나 굴곡이 있고 현실이 괴롭고 힘들겠지만 결국에는 잘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도전을 하든 실패가 아니고 어떤 일에도 실패는 없다. 결국 인생의 양분이 되고 안줏거리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짐 캐리가 한 말 중에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서도 실패할 수 있는데 그럼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실패하는 게 낫지 않겠냐가 있다. 그럼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정원 – 동준이랑 비슷한 게 누군가에게 한마디를 하는 게 제가 어느 정도 성공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취업준비생이 아니더라도 공연을 하고 싶은 친구나 오디션을 떨어진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어떤 말을 할지 떠오르지 않는데 저도 여기까지 오는 게 힘들었고 운도 좋았다. 식상한 말들이 왜 유명한지 알 거 같은데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박정원, 강찬, 김동준.(제공=섬으로 간 나비)
박정원, 강찬, 김동준.(제공=섬으로 간 나비)

Q. 각자가 바라는 봉수의 앞날은 어떤가.

정원 – 만화가가 됐으면 좋겠다. 꼭 거창하고 유명한 만화가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만화를 그렸으면 좋겠다.

찬 – 여기에 아무래도 연기를 하는 저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봉수가 거창한 만화를 남기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그러다 어디에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

동준 – 만화를 그려보려는 봉수가 됐으면 좋겠다. 그냥 그림을 그린 거뿐인데 갑자기 대박이 날 수 있고, 로또에 당첨되듯 그 빛을 봉수가 받았으면 한다.

한편,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는 박영수, 안재영, 박건, 박정원, 강찬, 김동준, 박란주, 손지애, 이휴가 함께하고 있으며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한다.

저작권자 © 열린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