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순, 최재웅©엠피엔컴퍼니
이주순, 최재웅©엠피엔컴퍼니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연출 허연정, 제작 엠피엔컴퍼니)이 20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와 관객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5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퍼씨’가 위스콘신주의 작은 마을인 길리앗에 가면서부터 시작된다. 마을 보안관인 ‘조’의 도움으로 길리앗의 유일한 레스토랑인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일하게 된 ‘퍼씨’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스핏파이어 그릴’의 주인 ‘한나’, 남편의 그늘 속에서 살아온 ‘셸비’와 함께 상처를 극복하며 길리앗의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스핏파이어 그릴’이 있는 길리앗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마을 보안관 ‘조’가 있다. 태어나서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미국 시골에서 자란 ‘조’는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던 찰나, 마을의 외부인인 ‘퍼씨’를 만나게 된다. 마을에 하나뿐인 레스토랑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일하게 된 ‘퍼씨’와 레스토랑에서도, 가석방 보호관찰에서도 계속 만나는 ‘조’는 어느덧 ‘퍼씨’에게 호감을 느껴간다.

마을 보안관 ‘조’ 역에는 배우 이주순과 최재웅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배우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자칭 시골 출신이라는 것. 어릴 때 소 달구지를 끌고 모내기에도 참여했다는 이주순과 최재웅은 시골 작은 마을 길리앗에서 나고 자란 ‘조’와 싱크로율이 높았다.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의 두 배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이주순©엠피엔컴퍼니
이주순©엠피엔컴퍼니

다음은 이주순, 최재웅과 일문일답이다.

Q. ‘스핏파이어 그릴’ 공연을 올린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어떤 마음인가.

주순 - 너무 행복하다. 저도 한 사람으로서 작품을 접할 때 개인의 취향이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따뜻하고 행복하며 드라마도 있다. 그 행복감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은 바로 함께하는 배우들이 정말 좋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에 작품 참여하면서 제가 생각할 게 별로 없었다. 연출님이 가이드를 잘해주시고 다들 잘하다 보니 나만 문제없이 잘하자는 생각으로 묻어가고 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 같다. 얼른 극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다.

재웅 - 제가 점점 더 배워가고 성장하고 있어서 행복하다. 무대를 밟으면 밟을수록 자신감과 여유가 생겨나고 있다는 기분이 크게 든다. 무대에서 틀렸을 때나 실수했을 때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는데, 지금은 선배님들이 무대에 임하는 모습과 조언을 들으면서 저도 다음에 실수하더라도 금방 떨쳐버리고 ‘다음에 잘 해내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니 좀 더 저 자신을 미워하지 않게 되더라. 자신감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음에 매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임하고 있다.

최재웅, 이예은©엠피엔컴퍼니
최재웅, 이예은©엠피엔컴퍼니

Q. 길리앗이라는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을 보안관 ‘조’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주순 - 조는 그냥 젊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많은 걸 경험하니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깊어지지 않나. 이것이 나이 든 분들의 장점이라면 젊은 사람의 장점은 진취적이고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조는 젊음이라는 단어로 표현이 된다. 조는 길리앗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마을을 사랑한다. 이미 한나, 에피, 셸비 등 가족 같은 관계를 맺고 있고, 조가 느끼는 안정감도 있으며 어릴 때부터 숲을 사랑한 것도 있을 것 같다. 저도 전라북도 정읍시 태인면이라는 시골에서 자라서 조와 비슷한 걸 느끼고 지냈다. 어렸을 때부터 추억도 많이 쌓고 지냈지만, 마치 TV를 보는데 맥도날드가 나왔다고 하면 길리앗은 맥도날드가 없지 않나, 나도 한 손에 스타벅스 커피와 도넛을 들고 도시에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내가 나가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조도 별로 다를 거 없는 인간으로 젊음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어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퍼씨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서 ‘이 마을에서 그냥 살겠다’고 꿈꿀 수 있는 조의 마음가짐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었으면 퍼씨와의 연결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재웅 - 조는 불꽃 같은 젊은 인물로 열정이 많아서 떠나고 싶어한다. 또 평생 시골 마을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솔직하고 순수하다. 하지만 마을에 이야기를 나눌 만한 동갑내기도 없고, 조가 좋아하던 아름다운 숲은 현재 앙상한 나무들만 있다. 또 시골에서 마을 사람과 아버지처럼은 살고 싶어 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한다. 저도 충청북도 청주의 시골 마을에서 20년 이상을 자라왔다. 그때 마을을 떠나서 서울에서 좋아하는 것에 무작정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듯이 조도 그랬을 것 같다.

유주혜, 이주순©엠피엔컴퍼니
유주혜, 이주순©엠피엔컴퍼니

Q. 마을 보안관이 설명하는 길리앗이라는 동네와 그 중 유일한 식당 스핏파이어 그릴은 어떤 곳인가.

재웅 - 조의 입장에서는 길리앗이라는 동네는 재미없고 지루한 마을이다. 매일 똑같은 생활 패턴과 똑같이 사는 사람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지루함을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스핏파이어 그릴은 제2의 집이지 않았을까. 조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갔던 음식점이고 어머니가 없는 조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하고 챙겨주신 한나가 엄마 같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주순 - 연출님께서 길리앗이 실제로 어떤 곳인지 풍경과 자료를 많이 보여주셨다. 길리앗에 실제로 채석장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기 쉬웠고, 마을 풍경이 정말 예쁘다. 황금빛, 천국의 빛깔이라고 묘사되는 풍경이 실제로 펼쳐져 꼭 한번 가보고 싶다. 길리앗의 예전은 굉장히 활기차고 사람도 많고 관광객과 채석장의 임부들 때문에 북적이지 않았을까. 게다가 스핏파이어 그릴은 길리앗의 유일한 식당이었으니까 얼마나 바빴겠나. 이런 모습이 어느 순간 다 사라져 버려서 조의 입장에서는 어릴 때 보면서 자라온 게 순식간에 사라져서 공허함이 컸을 것 같다. 그리고 조가 왜 보안관이 됐을까 생각해보면 케일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케일럽이 현재는 셸비와 사이가 좋지 않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과거에는 남자답고 마을 일을 맥가이버처럼 해결해줬을 것 같다. 조는 그런 케일럽과 친하게 지내면서 조에게 보안관이 돼보면 어떠냐고 제안도 했을 것 같다. 공연을 보면 조가 가장 편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케일럽이다. 나이 차이는 있지만 형, 동생처럼 지냈을 것 같다. 제가 설정한 것은 조는 엄마가 없고 아빠만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한나, 에피, 셸비가 마을에서 조를 같이 키워주면서 자랐을 것 같다. 그러다 퍼씨가 마을에 와서 조에게 이야기하자면서 숲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뜬금없다고 느꼈는데, 조라는 인물이 여기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서 '드넓은 숲'신이 중요한 장면인 것 같다. 조는 한나, 셸비, 케일럽과는 나이 차이가 있어서 답답한 점을 말하지 못하다가 퍼씨는 동갑내기다 보니 티격태격하면서 속마음이 나오게 된다. 조는 마을을 볼 때 마음이 아파서 더 남아있고 싶다가도 공허함 때문에 떠나고 싶어 하는 거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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