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배우 도지한이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극 ‘분장실’-ver2(제작 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는 올해 4월 타계한 일본 현대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작품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가 공연 중인 극장의 분장실을 배경으로 한다.

‘분장실’ 남자 배우 버전이 무대에 오르기 전 여배우 4명이 오른 ‘분장실’이 관객의 호평을 받았으며, 내용을 각색해 남배우 4명 버전의 ‘분장실’ - ver 2가 만들어졌다.

‘분장실’은 삶의 희로애락을 무대 뒤 공간, 분장실이라는 공간에 담아내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네 명의 배우는 분장실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만난다. 시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방황하다가 연극이라는 언어를 발견해 빠져드는 A, 정신없이 바뀌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펼치는 연극마저 휙휙 바뀌며 급기야 자신이 누군지 모르게 되는 B, 무대 위 언어와 무대 바깥의 언어의 괴리감 때문에 늘 고민하지만, 오늘도 묵묵히 무대에 오르는 C, 연극이라는 세상 속에 갇혀서 정작 세상 바깥으로는 나가지 못하는 D. 분장실을 배경으로 한 배우들의 열정과 고뇌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관객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한다.

김바다, 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김바다, 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도지한은 ‘분장실’에서 D 역을 맡고 있다. 도지한은 2009년 KBS2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로 데뷔 후 KBS2 ‘화랑’, tvN ‘백일의 낭군님’ 및 영화 ‘마이웨이’, ‘이웃사람’, ‘타워’, ‘뷰티인사이드’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력을 입증해왔다. ‘분장실’은 그의 첫 연극 데뷔작이다.

도지한은 “회사 대표님이 이 작품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대본을 봤을 때는 C가 저와 맞다고 생각했지만 D를 해보고 싶었다. ‘분장실’의 원작이 탄탄한데 남자 배우 버전으로 새롭게 각색을 했다고 들었고, 실력 좋은 선배 배우들이 함께하니 같이 기대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가 연기 전공자도 아니고, 재미있겠다, 없겠다가 아니라 해보지 않은 장르라 고민은 됐다. 군대에 다녀와서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지금 연극에 도전해보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시도하지 못할 것 같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무대 위에서 두 시간 가까이 에너지를 어떻게 쏟아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컸다”고 밝혔다.

홍승안, 김바다.©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홍승안, 김바다.©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도지한는 대본 속 D를 마주하고 난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D는 정말 도전 같았다. 제가 여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봤던 캐릭터와는 동떨어져 있더라. 같은 역의 김준영 형이랑 예전에 KBS 드라마 ‘화랑’에서 만나서 아는 사이인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D가 죽고 난 후를 풀어 나가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A, B, C의 형들과 함께 하고 그걸 따라가니까 제가 어려워했던 부분이 풀리더라.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C의 독백이 너무 세다 보니 그 후에 D가 원래의 분위기를 다시 끌고 오는 게 고민이 참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연극 ‘분장실’은 배우라면 공감이 안 될 수 없는 이야기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도 여러 이유에서 다른 배우가 맡게 된다. 어찌 보면 배우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생활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일 수도. 그는 “배우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역량이나 상황, 어떤 이유에서든 내가 그 캐릭터를 못 하는 경우가 더 많다. D가 C에게 자기가 할 캐릭터라고 우기지만 D는 정신적으로 아팠으니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지 맥락은 같을 것이다. 저도 연기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까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못 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제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야 하는 것 맞지만 거기에 집착하는 게 힘들었다. 이제는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며 담담하게 전했다.

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도지한은 연극 무대에서 D로 연기하며 가장 재미있는 순간으로 “마지막에 D가 C한테 무릎을 꿇고 내 캐릭터 돌려달라고 비는 걸 좋아한다”고 꼽았다. 이어 “그 앞에서 D가 C한테 떼를 쓰는 게 미친 것 같고, 헛소리하며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한 배우이자 사람으로 정말 원했던 걸 자신의 감정대로 연기해서 이 부분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신마다 잘라서 찍는 것도 있는데, 무대에 오르면 한 호흡으로 2시간을 가잖아요. 같은 대본을 가지고 공연을 하는 건데 그날의 컨디션과 사소한 이유로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게 있더라고요. 무대의 매력은 라이브이지만 제가 한 걸 제가 지켜보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 가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복기하게 돼요. 어떤 날은 굉장히 재미있게 공연을 마쳤다면 어떤 날은 스스로 고민을 많이 던지죠. 그러다 다음 공연에서는 사소한 거 하나라도 수정해서 다시 해볼 수 있으니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무대도 틈틈이 해보려고 합니다.”

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도지한.©T2N미디어, 플레이더상상㈜

도지한은 첫 데뷔작이었던 ‘분장실’이 어떻게 남을지에 대해 “공연이 끝나 봐야 알겠지만, 설렘과 두려움 등 모든 감정의 복합체였다. 재미있는데 설레면서 두렵고, 고민과 걱정이 많다. 지금은 제가 100% 무대를 즐기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 같이 하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100%까지 찍어보는 게 목표다. 선배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 놀고 내려오자고 하지만 데뷔작에서 어떻게 놀 수 있겠냐”며 웃어 보였다.

한편, ‘분장실’-ver 2는 31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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