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헤드윅 공연사진_이규형.(제공=쇼노트)
2021 헤드윅 공연사진_이규형.(제공=쇼노트)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배우 이규형은 연기로 사람을 홀린다. 정확히 말해 사람의 마음을 홀린다.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들고, 때로는 섬뜩하게, 때로는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데뷔한 이규형은 ‘빨래’, ‘젊음의 행진’, ‘나쁜 자석’, ‘사의 찬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팬레터’,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시라노’, ‘헤드윅’ 등 연극과 뮤지컬로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도 꾸준히 얼굴을 내비쳤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증인’, ‘디바’ 등 임팩트있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는 이규형의 존재감을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비밀의 숲’에서 서부지검 윤세원 과장으로 분한 이규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마약에 취한 유한양 역으로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이어 ‘라이프’, ‘의사요한’, ‘하이바이, 마마!’, ‘보이스 시즌 4’까지 그는 쉴 새 없이 달렸다.

'보이스4' 비하인드 사진_이규형.(제공=에이스팩토리)
'보이스4' 비하인드 사진_이규형.(제공=에이스팩토리)

지난 7월 종영한 tvN 드라마 ‘보이스 시즌 4’에서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한 이규형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1화에 ‘서커스맨’으로 시즌 4의 새 빌런을 예고한 후 이규형의 모습은 6화에 등장했다. 14부작 중 중반부에 등장한 이규형이었지만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이규형은 다중인격 연쇄살인마 ‘동방민’ 역을 맡아 ‘마스터’, ‘센터장’, ‘서커스 맨’, ‘소년 동방민’ 등 1인 다역을 맡았다.

'보이스4' 비하인드 사진_이규형.(제공=에이스팩토리)
'보이스4' 비하인드 사진_이규형.(제공=에이스팩토리)

‘보이스 시즌 4’에서 이규형은 캐릭터 표현을 위해 체중을 9~10kg가량 감량했다. 그는 ‘동방민’이 가해자일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피해를 당한 아동이 자라 다중인격을 가지게 된 것을 표현하며 각 인물의 미묘한 차이까지 섬세하게 보여줬다. 특히 ‘동방민’이 ‘강권주’(이하나 분)와 ‘데릭조’(송승헌 분)에게 잡혔을 때 여러 인격이 한 번에 튀어나와 갈등을 겪는 모습은 ‘보이스 시즌 4’의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로 압권이었다.

소처럼 일하는 이규형은 현재 뮤지컬 ‘헤드윅’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 열세 번째 시즌으로 찾아온 ‘헤드윅’은 2005년 한국 초연 무대 이후 ‘최고 객석 점유율’, ‘최다 누적 관객’의 타이틀을 가진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최장기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2021 헤드윅 공연사진_이규형.(제공=쇼노트)
2021 헤드윅 공연사진_이규형.(제공=쇼노트)

뮤지컬 ‘헤드윅’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를 다룬 록 뮤지컬로 오만석, 조승우, 이규형, 고은성, 렌이 ‘헤드윅’으로 호연을 보이며, 그의 남편 ‘이츠학’ 역에 이영미, 김려원, 제이민, 유리아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여타 뮤지컬과 다르게 ‘헤드윅’은 배우의 특색과 기량이 묻어져 나오는 극이다. 다섯 명의 배우가 ‘헤드윅’으로 무대에 오르지만, 각 배우마다 심지어 날마다 공연이 조금씩 다르다. 이것이 바로 ‘헤드윅’을 한 번만 볼 수 없게 만들어 N차 관람을 하게 만든다.

2021 헤드윅 공연사진_이규형.(제공=쇼노트)
2021 헤드윅 공연사진_이규형.(제공=쇼노트)

이규형은 객석 사이로 투명한 아크릴 판으로 얼굴을 가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나온다. 이미 반쯤 취한 것처럼 무대에 오른 ‘뀨드윅’(이규형 + 헤드윅)은 술에 취해 자신의 아픔을 지우려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자신의 지난 아픔을 관조하듯 말하는 뀨드윅의 분노의 최고치는 ‘Angry Inch’에서 달한다. 가사에 맞는 손짓과 이글거리는 눈빛을 통해 상처가 가득했던 그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이규형이 표현하는 ‘토미 노시스’는 ‘헤드윅’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으로 그의 품성만큼이나 따뜻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올라온 뮤지컬 ‘헤드윅’은 많이 아쉽다. ‘헤드윅’이 객석에 내려와 관객과 어울려 놀고, 그의 메이크업 얼굴이 그려진 손수건을 팬서비스 차원에서 날릴 수도 없다. 커튼콜에 앵콜무대와 함께 같이 소리 지르고 뛸 수도 없다. 하지만 이런 시국에 올라온 ‘헤드윅’ 덕분에 응어리져있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뮤지컬 ‘헤드윅’의 역사 속에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공연했던 적도 있잖아’라고 떠올리는 날이 올 테니. 이번 시즌의 ‘헤드윅’은 그리고 이규형의 무대는 그래서 특별하다.

한편, 뮤지컬 ‘헤드윅’은 10월 3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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