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하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재호 – 신선호 안무 감독님께서 안무를 디테일하고 열정적으로 알려주시는데 칭찬을 일부러 아끼시는 것 같다. 모두 열심히 하지만 ‘테아’ 역의 정아인, 김단이 배우가 굉장히 열심히 연습하는데, ‘Totally Fucked’ 신에서 두 배우가 각자 다른 날 칭찬을 받고 울었다. 그동안 두 배우가 정말 힘들어했는데 칭찬받고 우는 모습에 저도 울컥했지만 우는 게 부끄러워서 웃으면서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Touch Me’ 연습할 때 춤이랑 노래가 안 붙어서 춤을 추면 노래가 안 나오고, 노래를 하면 춤이 안 나왔다. 그래서 서환이랑 서로 연습할 때 한 명이 노래를 크게 불러줘서 도와주자고 했는데 서환이가 춤을 출 때 팔을 뻗고 돌다가 저의 오른뺨이 정통으로 맞아서 “퍽” 소리가 났다. 서환이도 놀라고 저도 놀랐지만 “그냥 해, 하던 거!”라고 하면서 장면 연습을 마치고 끝나고 다들 “너 그러다 맞을 줄 알았다, 아름다운 장면이다”고 한 기억이 가장 크다.
서환 – 그날은 서로가 정말 이 부분을 해결하고 서로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진 날이었다. 연습할 때 땀만 엄청 흘린 기억이 나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제가 연습 날 아침에 출근 버스를 집 앞에서 먼저 타게 된다. 이때 이어폰 노이즈 캔슬링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오는데 친구들이 “자기들이 타는데 아는 척도 안 하고 눈 감고 있다”고 하며 출근 버스에서 저를 만나면 행운이 생긴다고 인증 사진을 찍어서 단체 채팅방에 올리더라. 어느 날은 제가 가방을 안고 명상을 하는데, 휘가 자기가 탄 지, 안 탄 지 확인을 하겠다고 가방 앞에 있는 제 휴대폰을 몰래 빼 봤는데도 모르냐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에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잤더니 “이제는 휴대폰 도둑 안 맞으려고 이러고 잔다”고 사진을 찍어서 놀렸다. (웃음)
Q. 한센 역을 제외하고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무엇인가.
재호 – 일세.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는 게 윤재호에게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줏대 있어 보이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게 부럽고 닮고 싶다. 무대에서라도 이런 배역을 맡으면 많은 부분이 성장하지 않을까. 일세의 ‘Blue Wind’ 넘버도 일세스러워서 좋더라.
서환 – 모리츠. 어디로 튈지 모르겠으며,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서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소중하고 귀여워 보인다. 반면 모리츠의 넘버를 폭발적이고 야성미가 느껴져서 매력적이고 욕심이 난다.
Q. 10년 만의 돌아온 ‘스프링 어웨이크닝’인데, 만약 10년 후에 지금을 돌이켜 본다면 어떨 것 같나.
재호 – ‘귀여웠네, 애썼다’는 마음으로 ‘이런 모습이 있었기에 내가 배우 생활을 아직도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감사할 것 같다. 부끄러움보다는 잘 견뎠다며 칭찬하고 싶다. ‘그러니까 의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배우로서 더 단단해지고, 인간으로서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을 것 같다.
서환 - ‘스프링 어웨이크닝’처럼 해내야 할 작품이 다가왔을 때 ‘너 이것도 했어’라는 마음으로 훈장 같을 것 같다. 연습 과정과 무대에 오른 한 순간 한 순간의 에너지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훈장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Q. 재호 씨는 SNS를 안 하고, 서환 씨는 잘 올리지 않더라. 둘의 정보를 찾는 게 참 힘들었는데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재호 – 신비감 있게 남기고 싶었는데... 원래 밴드 가수가 꿈이었다. FT아일랜드를 엄청 좋아해서 휴대폰 배경화면이 FT아일랜드였고, 드럼 치면서 노래하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펑펑 울었다. ‘내가 왜 이렇게 울고 있지?’라는 생각에 벙 찔 정도로 울었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마치 저런 사람이 있을 것 같더라. ‘멋있다’는 단어 하나 가지고 고1 끝난 무렵에 가족에게 말도 안하고 연기학원에 찾아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기 전공을 하게 됐다.
서환 – 어릴 때 엄마랑 9시 55분에 수목 드라마 보는 걸 좋아했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의학용어를 받아 적어서 의사가 돼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고1 때 담임 선생님께서 공부에 관심 없으면 다른 꿈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때 단순히 드라마 보는 걸 좋아하니 연기학원에 갔는데 그 학원에 소극장이 있어서 온 김에 리허설 하는 걸 구경하고 가라고 하더라. 이때 한 형이 무대 위 파란 조명에 서 있는 게 멋있어 보였고, 저도 그 학원에서 무대를 처음 경험했는데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고 소리 치는 게 큰 재미가 기쁨을 주더라.
Q, 무대 위에서 꼭 만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재호 – 서환이 말하려고 했다. 우리는 지금 같은 역할이라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웃음) 전미도 선배님이다. 2013년에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전미도 선배님께서 무대 위에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무대가 아니라 드라마에서라도 선배님의 호흡을 느낄 수 만 있다면 저는 말을 안 하고 듣는 역이어도 된다. 그리고 좀 더 욕심내면 굴곡이 많은 사제지간으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서환 – 저는 조정석 선배님의 동물적인 감각을 정말 좋아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호흡과 센스를 무대에서 같이 경험해본다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것 같다. 작년에 쉴 때는 조정석 선배님의 영화를 보면서 호흡도 따라 해봤다. ‘저런 호흡으로 연기하면 내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가 궁금했다. 저는 조정석 선배님과 연극 ‘트루웨스트’에서 형, 동생으로 만나고 싶다. 연극으로 만나고 싶은 소망이 있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는.
재호 – 저는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후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헤드윅’을 꼽는다. 이 작품을 하면 뮤지컬에 미련이 없을 것 같다. 예전에 박건형 선배님으로 ‘헤드윅’을 봤는데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는 게 매력이 컸고, 웬만한 에너지로는 안 되겠더라.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과제가 다 있는 작품이다.
서환 –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제가 위로를 받았던 극으로 뮤지컬 ‘킹키부츠’의 ‘찰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단’, ‘라흐마니노프’의 ‘라흐마니노프’를 해보고 싶고, 연극은 ‘에쿠우스’의 ‘앨런’ 역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연극을 정말 해보고 싶다.
[다음은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