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스프링어웨이크닝' 김서환_윤재호.(제공=㈜엠피엔컴퍼니)
2021 '스프링어웨이크닝' 김서환_윤재호.(제공=㈜엠피엔컴퍼니)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10년 만에 삼연으로 돌아와 그때의 감동을 재현하고 있다.

2009년 한국 초연과, 2011년 재연 당시 10대의 질풍노도를 파격적인 연출로 다뤄 큰 충격을 준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10년 만에 돌아왔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평단과 관객의 극찬뿐만 아니라 초연으로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앙상블상,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남우조연상, 2011년 재연으로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했다.

조정석, 김무열, 주원, 강하늘, 윤현민 등 뮤지컬 스타를 배출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이번 캐스팅 또한 15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배우들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센’ 역은 얼굴을 보고 캐스팅을 한 건가 싶을 정도로 훈훈한 외모와 함께 눈에 띄는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뽑혔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센’ 역의 윤재호, 김서환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함께한 소감으로 윤재호는 “2011년 재연 때 작품을 봤을 때 충격이 굉장히 컸다. 무대 위에서 욕설이 난무하니까 그때의 잔상이 남았는데 학교 워크숍으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해서 참여하고 싶었는데 공연이 엎어졌다. 그래서 추억 속으로 간직하려던 차에 작년 11월에 공개 오디션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고 흥분되는 마음과 동시에 두려워졌다. 분명히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은 알고 있지만, 지원하는 순간 붙고 싶은 마음과 ‘일단 도전하자, 안 붙어도 상관없어’라는 마음이 반반이었다. 오디션에 도전하는 것에 의의를 뒀는데 1차, 2차, 3차 오디션까지 계속 올라가게 됐다. 이때 발목 수술을 해서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을 때 3차 오디션에서 춤을 추는 게 있었다. 춤을 추면서 개인의 에너지를 뿜으라고 하셨는데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저도 발목이 뒤틀리는 것 같았지만 웃으면서 소리 지르고 오디션을 마쳤다. 지금은 발목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지인들이 제가 다리 다친 티가 안 난다고 해줘서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서환은 “사실 저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작품을 몰랐다. 입시 곡 중에 하나 정도로 생각했다가 작년 연말에 모든 배우를 만나면 ‘스프링 오디션 공고 뜬 거 봤어?’가 인사였을 정도로 다들 관심이 많더라. 그래서 저도 바로 영상과 음악을 찾아보고 납득을 하게 됐다. 오디션 지정 안무가 떴을 때 저는 안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오디션도 경험이니까 거기에 의미를 두자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다. 이때 지금 ‘에른스트’ 역의 (이)주순 형이 안무를 도와준다고 연락이 와서 많은 팁을 알려준 덕분에 큰 도움이 됐다. 저는 ‘멜키어’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3차 워크숍 때 장발을 한 분이 제 앞에 앉아있었다.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보는데 눈만 봐도 ‘멜키어’가 앉아있었고, 오디션장에 들어가서 마스크를 벗었는데 정말 잘생겼더라. 그래서 저는 경험에 의의를 두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한센’으로 함께 하게 돼서 다른 의미로 기분 좋고 매력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리고 멜키어 그 자체인 장발의 배우는 현재 ‘멜키어’ 역의 황휘다”며 오디션 당시를 회상했다.

(제공=㈜엠피엔컴퍼니)
(제공=㈜엠피엔컴퍼니)

다음은 김서환, 윤재호와 일문일답이다.

Q. 한센은 오만한 아이로 나오는데 각자가 중점적으로 두고 연기하는 지점은.

재호 –캐릭터 설명에 쓰여 있듯 스스로 우월하다고 느낀 부분에 초점을 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나를 우월하게 바라보고, 스스로는 타인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안에서는 어떤 욕망이 일어나고 무엇을 쟁취하고 싶어 할까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간 생각으로 한센은 굉장히 깨어있는 아이더라. 1891년의 독일을 생각해보면 한센은 그 학생들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깨어난 애이며, 멜키어와 한센을 비교하면 극복의 방향이 다른 것 같다. 멜키어는 진취적이지만 한센은 요리조리 기회를 엿보면서 성취하려고 하는 굉장히 계산적인 아이다. 저는 한센이 작품 속에서 남학생들 틈 안에서 혼자 너무 여유로워서 튀어 보이길 바란다. 이런 여유만큼은 가지고 있어야 제가 생각하는 한센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환 – 저도 재호랑 비슷한데 한센이란 캐릭터를 만났을 때 떠오른 게 생각하기 나름인 친구였다. 동성을 좋아하는 건지, 이성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둘 다 좋아하는 건지 생각하는 나름으로 해석이 되고, 그런 가능성이 열린 친구였다. 재호와 함께 고민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많았는데 결론을 낸 건 한센에겐 이런 게 중요하지 않겠더라. 한센은 ‘그게 뭐 어때서?’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느낄 것 같다. 이 지점에 도달하려면 이 친구는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런 생각을 할까 고민해보니 사랑을 많이 받는 집에서 살아오다 보니 고통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남이 겪는 아픔에 대해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또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 쏠려 있고, 자신이 즐거워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 같다. 원작과 ‘스프링 어웨이크닝’ 대본에서 한센이 비슷하면서 좀 다른데, 힌트를 얻은 것은 ‘My Junk’신에서 한센이 여자의 그림을 접한 계기가 많았다. 한센의 대사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의 단어들이 순수한 욕망 같으면서 폭력적인 면이 살짝 있더라. 이런 복합적인 욕망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목표치나 상황이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는 유연함과 노련함, 굳이 쟁취하지 않아도 되는 자만심, 거기서 오는 우월함에서 출발하는 여유로움을 그리다 보니 지금의 한센이 된 것 같다.

Q. 본인의 모습 중에서 한센과 닮았거나 이 부분은 완전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재호 – 한센은 자신이 늘 위에 있고 남들은 밑이라는 베이스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어렸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제가 유독 격투 게임을 잘했는데 친구들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나니까 나중에는 ‘어떻게 하면 친구들을 재미있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게 되더라. 저는 제가 원할 때 이길 수 있지만 친구들은 제가 계속 이기면 재미없어서 안 할 거 아닌가. 이런 점이 한센과 겹치는 부분 같고, 전혀 닮지 않은 부분은 저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기 위해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서환 – 비슷한 점은 사랑을 많이 받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이고, 비슷한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저는 사소한 결정을 할 때도 남의 의견이 중요한 사람이고, 한센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성과가 좋지만 저는 남들보다 노력해야지 남들만큼 간다고 생각할 정도로 노력파이다.

윤재호.(제공=㈜엠피엔컴퍼니)
윤재호.(제공=㈜엠피엔컴퍼니)

Q. 훈훈한 외모로 주목받는 한센과 달리 여학생들은 달리기 꼴찌를 하면 한센과 손잡는 거라며 질색을 한다. 관객의 평을 보니 “달리기 꼴찌는 나야”라는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한센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왜 없을까.

재호 – 저도 그런 말을 한 테아의 생각이 궁금하다. 한센이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다 보니 작품에서 보여지는 부분은 아니지만 여자한테 관심이 없고 차갑게 대했을 것 같다. 그런 모습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성에게 무관심해 보이고 사회적 교류를 하기 싫어하는 애처럼 보여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환 – 테아의 대사를 통해 ‘여학생들이 한센을 왜 싫어하지?’라고 생각할 때 혹시 한센이 동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부터 해서 여러 생각이 많았다. 일단 한센은 공감 능력도 없고 자신이 더 중요한 사람이니 친구들과 마주칠 때 그 친구만의 재수 없음이 드러났을 거다.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재수 없다”, “불쌍하다”, “너 걔랑 결혼할 거야? 난 싫어”라는 등의 말이 오갈 정도의 이슈가 될 만한 사건들이 머릿속에 있었을 것 같다.

(제공=㈜엠피엔컴퍼니)
(제공=㈜엠피엔컴퍼니)

Q. 한센이 에른스트에게 뽀뽀할 때는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는지 궁금하다.

재호 – 대본에서 처음 접했을 때는 ‘말 잘 듣네, 착하다, 순종적이다’는 생각이 커서 나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자기 스스로 우월함을 느끼려면 무조건 비교를 해야 한다고 하던데, 비교를 통해서 얻는 게 우월성이고 열등감이라고 들었다. 한센에게도 타인이 존재해야지 스스로 비교할 수 있고, 학급 친구들 중에서 눈에 띈 사람이 에른스트로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골랐을 거다. 에른스트랑 어울릴수록 한센이 더 높아지고, 성적인 정복감도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나 자신을 증명해줄 수 있는 매개체다. 순간 에른스트에게 정말 미안해지는데, (웃음) 한센에게는 정복이란 단어가 정말 크다. ‘My Junk’ 신이나 에른스트에게 뽀뽀할 때도 양성애든 동성애든 생각할 것 같지 않고, 그 시대에 그 나이 때는 그게 무엇인지 모를 테니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전지전능한 우월감에 빠져 에른스트가 필요했을 것이다.

서환 – 저도 말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대본을 봤을 때 한센만의 서사가 드러나는 부분은 에른스트와 만나는 장면이었다. 한센이 여자의 사진을 보고 자위를 하고, 에른스트에게는 뽀뽀할 때 동성애와 양성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에른스트가 눈길이 가고 그물을 던지면 그 아이가 그물에 갇힐 거라고 생각한다. ‘My Junk’에서 한센이 이오를 바라보듯 에른스트를 바라보는 것으로, 원작에서는 한센이 변기에 사진을 버리고 또 다른 사진을 찾던데 에른스트도 지금의 나의 욕망을 해소할 그림처럼 생각이 들었다. ‘The Bitch of Living’에서 각자의 욕망을 말할 때 한센은 ‘바비 메일러, 그 녀석의 속옷이 날 유혹하네?’를 생각할 때 ‘지금 난 동성애’라는 생각보다 ‘남자 속옷이 나를 유혹하네? 이 욕망을 어떻게 부풀리고 해소하지?’라고 느낀다. 에른스트에게도 ‘쟤가 보이네, 쟤 나한테 호감 있어’라고 느끼고 ‘Touch Me’ 신에서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로스를 같이 읽자고 하게 된다. 한센의 표현 방식은 정복인 것 같고, 그에게 에른스트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만점이 나오는 성적표인데, 그렇다고 그 성적표가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닌 존재 같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열린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