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우.(제공=㈜엠피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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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오늘도 재미있게 했다’는 마음으로 분장 지울 때가 재미있어요.”

뮤지컬 ‘쓰릴 미’는 2007년 초연을 선보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 당시 조명∙무대 디자인을 재현하여 더욱 완벽해진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는 상반기 1차 팀에 이어 하반기 2차 팀까지 관객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다룬다.

류정한, 김무열, 지창욱, 강하늘 등 뮤지컬 ‘쓰릴 미’를 거쳐 간 많은 배우들이 스타로 발돋움해 신인배우의 장으로 꼽히는 ‘쓰릴 미’는 1차에 함께한 이석준을 비롯해 김이담, 동현, 윤승우, 윤은오, 최재웅이 합류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 리차드’ 역의 윤승우는 “신인 등용문인 ‘쓰릴 미’를 해서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쓰릴 미’는 엄두고 못 내고 있던 작품이고 신인 등용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등용문의 기회조차 많지 않다. 오디션의 기회 조차 별로 없다 보니 오디션이 올라오는 작품은 웬만하면 다 지원을 했다. 그러다 작년에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디션 공고를 보고 '한센' 역으로 지원했는데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다. 사실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쓰릴 미’가 같은 제작사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연락이 와서 받았더니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디션 때문에 연락한 것은 아니고 일단 만나자고 하더라. 이때가 금요일이었는데 월요일에 보자고 해서 주말 동안 긴장을 많이 했다. 제작사를 만나봤을 때 저에게 리차드를 제안하셨다. 저의 개인적인 성격으로 네이슨일 줄 알았는데 리차드를 하게 됐고 두 인물 다 매력이 있어서 좋다”고 회상했다.

윤승우.(제공=㈜엠피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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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우는 리차드를 연기하며 화를 내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평소에 화를 잘 안 낸다. 예를 들어 1에서 10까지라고 하면 리차드는 10 이상으로 가야 하는데 저는 8 정도 밖에 화를 못 내고 있는 것 같아서 어렵다. 제가 언제 화를 내나 생각해보니 친구나 주위 사람을 건드릴 때더라. 그때를 생각해보고 있는데 리차드가 동물적으로 감정이 확 바뀌어야 하는 부분을 노력하고 있다. 반면 리차드와 비슷한 부분은 제가 츤데레 성격이다. 제가 광주 사람인데 서울말은 정 없고 딱딱하게 말한다고 들어서 말을 툭툭 내뱉는 걸로 배워서 그런지 이번에 석준이에게 "커피 마시러 가자"고 말할 때도 "방금 되게 리차드 같았어요" 라고 하더라. 말을 툭 뱉으면서 은근슬쩍 챙기는게 리차드 같다고 해서 이 부분을 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표현하는 리차드는 외강내유 스타일의 어린아이 같고, 결핍이 많은 호랑이 새끼예요. 큰 호랑이가 되고 싶어 하는 아기 호랑이이죠. 리차드는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뤄내는데 네이슨의 니즈를 알기 때문에 어떻게 잘 꼬셔서 내 편이 될 수 있게 유혹할지 늘 고민해요.”

윤승우.(제공=㈜엠피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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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와 네이슨의 관계로는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네이슨은 아직 제 손길을 좋아하는 친구다. 왠지 네이슨은 교탁 앞 쪽에 앉을 것 같고 저는 창문 옆 맨 뒷자리에 앉아서 네이슨을 지켜볼 것 같고 남들 눈이 안 보이는 곳에서 둘이 놀았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이때부터 조그만 동물을 죽이고 불장난을 하던 게 성인이 되어서 더 커졌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슨 역의 동현, 윤은오, 최재웅에 대해서 “동현 네이슨은 사랑을 넘어선 집착과 소유가 느껴진다. 은오, 재웅 네이슨에게는 사랑이 느껴지고 제가 만져주면 좋아한다. 이 부분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서 ‘너 이거 좋아하잖아’라고 생각하면서 만져준다. 반면 은오 네이슨은 좀 더 순종적이고, 재웅 네이선은 가끔 선을 넘으려는 게 느껴진다. 동현 네이슨과는 수평구조, 은오 네이슨은 수직, 재웅 네이슨은 수직에서 살짝 올라오려고 할 때 제가 누른다”고 비교했다.

윤승우는 리차드가 빠진 니체의 초인론에 대해서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목표를 세워두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리차드는 자신은 우월하니까 한 차원 높이 올라가야 하고,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니까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 위에 서고 초월하려고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승우.(제공=㈜엠피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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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이슨과 리차드가 어린아이 유괴 살인 사건으로 잡히지 않고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됐으면 어땠을까. 윤승우는 “둘의 범죄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인도 11살 어린 아이에서 영리한 아이와 힘센 아이로 점점 강도를 높였을 것 같다. 리차드는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보니 살인의 대상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로스쿨에 들어가서도 법을 악용해서 자신이 범죄를 저질러도 잘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윤승우는 자신의 10대를 돌아보며 남중, 남고를 나와 순탄하게 흘러갔다고 한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는 수업이 끝나면 동네 오락실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동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렀다. 저녁에는 밥 먹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평범하게 지냈다”고 설명했다.

“저는 배우의 꿈을 24살에 꾸게 됐어요. 그 전에는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갔다가 군대에 다녀오니 마음속에 있던 음악에 대한 꿈이 떠오르더라고요. 부모님께서도 도전해보라고 하셔서 실용음악과에 지원했는데 떨어졌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시학원을 다니다가 그때 뮤지컬 ‘아이다’를 처음 보게 됐다. 사실 광주에 살 때는 공연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뮤지컬과 오페라를 구분을 잘 못했는데 ‘아이다’를 보니까 정말 멋있더라고요. 저도 무대 위에 서고 싶어서 그때부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윤승우.(제공=㈜엠피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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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뒤늦게 꿈에 도전했지만 지치지 않고 오디션의 문을 두드린 윤승우. 신인 등용문이자 화제작인 ‘쓰릴 미’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의 롤모델은 조승우다. 윤승우는 “저와 이름이 같은 조승우 선배님을 정말 좋아한다. 장르 불문하고 자신의 매력을 잘 아시는 것 같다. 배우들에게는 매력이 여러 개일수록 좋지 않나. 조승우 선배님이 하신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 토드’, ‘헤드윅’ 등을 해보는 게 저의 꿈이자 도전이다”고 설레는 목소리로 전했다.

윤승우는 공연 후 집에 가서 분장을 지우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라고 한다. 그는 “귀찮기도 하지만 분장 지울 때 은근히 재미있다. 비포 애프터의 느낌으로 지울 때도 있고, ‘오늘도 재미있게 했다’는 마음으로 분장을 지운다”고 밝혔다.

한편, 뮤지컬 ‘쓰릴 미’는 10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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