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시장.(사진=남양주시)©열린뉴스통신
조광한 시장.(사진=남양주시)©ONA

(남양주=열린뉴스통신) 임성규 기자 = 조광한 민선7기 남양주시장은 도서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어하며, 남양주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바로 정약용 선생의 발자취의 일부인 다산동에 위치한 '정약용도서관'이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1892-1982)의 말에 따르면 '역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이다.

과거는 기억을 통해서 호출되며 '기억된 역사'는 보통 사람들의 과거 상처와 좌절을 현재 관점에서 용서하고 치유하는 밑거름이 된다.

기억은 망각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망각 되지 않는 한 역사는 살아 숨 쉰다. 여기 역사를 소중히 하고 망각하지 않기 위해 세워진 곳이 정약용 도서관이다.

정약용 도서관에 들어서면 첫 번째 그 지리적 위치에 놀라게 된다. 다산동 3205-3번지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경기시청자미디어 센터 바로 옆, 경의중앙선 철도길을 경계로 맞은 편에는 남양주·구리 교육청과 남양주시 2청사, 남양주남부경찰서와 마주 보고 있다. 법조타운과 주상복합건물 사이로 편안하게 가로누운 지하 1층 높이 3층의 웅장한 건물이 바로 정약용 도서관이다.

올 해는 다산·사암 정약용 선생 해배 204년이 되는 해이다.

조선 후기 명망가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양반가의 자손이었던 매형 이승훈에 의해 천주교(가톨릭)에 마음을 기울이며 서학에 깊이 관여한 정약용 선생은 정조의 신임을 듬뿍 받은 일등 신하이자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소울 메이트'였다.

그러나 정조의 사후, 한순간에 '폐족' 신세로 전락했다고 선생의 글에 나올 만큼 가문이 모두 멸문지화를 당하게 됐다. 그 유명한 천주교를 박해한 사건인 '신유사옥'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학을 믿거나 심지어 관심 보인 사람조차도 죽거나 뿔뿔히 흩어지고 만다.

형 정약전 선생은 흑산도에서, 선생은 강진에서 오랜 유배 생활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정약전 선생은 얼마 후 유배지에서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정약용 선생은 크게 슬퍼하며 자신으로 인해 형이 유배된 것에 대해 분노의 글을 전하고 있다.

"아! 신의 처신은 짐짓 놔두고라도 신의 형은 참으로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 죄는 오직 신과 같이 불초하고 볼품없는 자의 형이 된 때문일 것입니다." [출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이덕일 역사서)

선생의 삶 또한 만만치 않았다. 연이은 자식들의 죽음(천연두가 원인이라고 한다)과 형님의 사망 소식을 들어야 했으니 선생은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 것인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유배 기간 중 학문에 전념하여 실학을 집대성했다. 아집에 갇혀 변화를 거부했던 경직된 시대, 소아에 갇혀 개방을 거부했던 폐쇄의 시대, 반대 당파를 공격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서슴없이 죽이던 증오의 시대, 자신과 다른 모든 것을 증오했던 불행한 시대의 유산을 한 몸에 안고 그들은 죽음을 맞이했고 여기 다산동 3205-3 번지에 우뚝 그 정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자산어보'에도 나오듯이 정약전 선생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편찬하고 정약용 선생은 여유당 전서를 편찬한다. 두 형제가 요즘 말로 나란히 '인플루언서' 겸 '작가'로 등단을 한 것이다.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여유당 전서와 주역, 논어해석, 심경 등 499권의 저술을 남겼다.

정약용 도서관의 강점은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 중앙도서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와 여타 다른 도서관의 묵직한 분위기보다는  밝고 온화한 채광과 은은한 나무향기, 편리한 이동 통로와 눈이 편안한 조명과 가구 곡선과 서고의 수직 수평의 배치가 어느 모로 보나 미학적으로 우수하다. 규모 면으로는 우리나라 도서관 중 6번째다.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다 걸고 한 쪽 문만 열어 놓은 까닭에 입구가 좁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는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약용 도서관은 이용자들이 누릴 이점이 많다.

삼패동의 유명 맛집 '오로라 베이커리'를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맛볼 수 있고 2층의 '가든 갤러리'는 한적하게 가성비 높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1층과 3층 한 쪽에 공익적 성격을 띤 '사회적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소규모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 교육 또는 심지어 사교를 위해 제공되기도 한다. 장소는 아니지만 이용객들이 맘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바로 도서관 앞 정원이다. 잔디밭과 정약용 동상, 잘 꾸며진 정원은 동화 속의 '헨젤과 그레텔' 처럼 책속의 먼 길을 돌고 돌아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개방된 환경이다. 초록이 물씬한 정원에서아름다운 파고라가 이용객들을 유혹한다.

도서관은 도심 한 가운데 있기 때문에 점심 시간이면 근처 맛집 순례를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한 블록 건너 한 블록 어떤 맛집이 생겼을까 궁금중에 찾아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시 정약용 도서관으로 돌아와 안 쪽의 열람실을 살펴보자.

1층은 유아 등 어린이 자료실에는 다양한 색감과 안전한 디자인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게했다. 최근에는 남양주시와 스웨덴대사관이 주최한 '축하해, 삐삐! & ALMA 수상도서전'을 통해 교류한 우수 아동문학도 볼 수 있다.

굳이 책을 보지 않더라도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힐링하러 올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갖춘

곳이다. 정약용 선생의 철학인 실사구시의 관점이 여기서도 엿보인다. 정성들여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한 흔적이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보면 탁 트인 열람실과 밝은 색의 서고가 눈에 등어 온다. 21만여 권의 도서를 갖춘 정약용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는 곳으로 한정 된 곳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 커뮤니티 장소들이 존재한다. 3 층의 최대 25명이 들어갈 수 있는 콘퍼런스룸 6개가 그 실례다.

세미나실과 320석 규모의 공연장은 소통을 위한 장소 뿐 아니라 오락과 재미까지도 갖춘 입지전적인 미래 도서관의 모델로 손색이 없다.

이 도서관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쭉 관여한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앞으로 도서관이 책을 보고 시험공부를 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그런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사를 시작했다.

주민자치의 시작은 책을 통해 교훈과 영감을 얻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융합에 있는 것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말이다.

도농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좁은 열람실과 오래된 책의 곰팡이 냄새를 기억하는 필자는 다산동 신도시에 정약용 도서관이 들어선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남양주시민은 도서관을 실용적인 의미로만 축소, 해석해 도서관은 시험공부하는 곳, 취업관련 수험서 읽는 곳이라는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권리가 있다.

독서를 통한 자기 계발이 공간이라는 한정된 곳의 변화를 통해서도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약용 선생을 깊이 이해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룩할 수 없는 결과이다. 남양주의 밝은 미래 청사진을 정약용 도서관으로서 우뚝 새겨 볼 만한다.

한편 정약용도서관은 지난 2020년 5월에 개관했다. 당시 규모에 걸맞은 22만 3397권에 이르는 도서가 내부 곳곳에 구비되어 있으며, 이중에는 조광한 시장이 기증한 개인 소장 시집을 포함한 도서 4141권과 정약용 선생의 후손 정해렴 선생의 소장 도서 3881권도 포함되어 있다.

아마 조 시장은 정약용 선생을 무한 존경의 사랑을 했는지 모른다. 그의 존경과 열정을 정약용도서관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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