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규 칼럼니스트.©열린뉴스통신
이한규 칼럼니스트.©ONA

골드 러시와 클레멘타인

 

19세기 중엽 미국에서는 골드 러시(gold rush)가 일어났다. 그 때 골드러시를 따라 어린 딸과 함께 마차로 대륙을 횡단해 캘리포니아에 도착한 어느 아버지는 협곡 한가운데에 있는 동굴에 살면서 금맥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랑스런 딸이 오리떼를 몰고 물가에 나갔다가 돌부리에 발이 걸려 계곡으로 떨어졌는데 거칠게 흐르는 물살에 휩쓸려가고 말았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계곡에 앉아 딸의 이름 클레멘타인을 부르고 또 부르며 울고 또 울었다. 황금을 찾아왔다가 딸을 잃은 그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절절한 아픔을 표현한 노래가 바로 클레멘타인(영어:Oh My Darling, Clementine)이다.

노래의 가사가 영어로는 어느 깊은 골짜기, 동굴 집에로 시작되는데 1930년대에 소설가 박태원 씨가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로 번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 가사의 금맥을 파는 광부와 그의 딸 클레멘타인이 살았다라는 말은 번안가사에서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이 되었다.

원가사의 2절은 이렇게 되어 있다.

이젠 다시 볼 수 없네 요정같던 그 모습

네가 신던 작은 신발 내 마음이 아프다

오 내사랑 오 내사랑 귀여운 내 클레멘타인

너의 모습 늘 그리며 나만 슬피 남았네

 

19세기 말엽 필라델피아 주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제련소 맞은편에 매우 오래된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이 교회 건물을 수리하려고 하니까 주민 한 사람이 그 예배당의 낡은 지붕을 사겠다고 나섰다. 너무 오래되고 전혀 쓸모도 없는 지붕인데, 3,000 달러나 지불하겠다는 것이었다. 교회 측에서는 그의 제안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쓸모없는 지붕을 비싼 값에 사겠다니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교회의 낡은 지붕을 산 사람은 그 지붕 표면을 긁어내어 불에 태우고 재로 만들었다. 그러자 잿가루 속에서 약 8kg나 되는 금이 나왔다. 그 금의 양은 물론 그가 지불한 3,000 달러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었다. 지붕을 산 사람은 수년 동안 제련소의 용광로에서 날아간 금가루가 교회의 지붕에 쌓였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순금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현재까지 채굴된 금은 대략 171300톤 정도라고 한다. 부피로 따지자면 올림픽 수영 경기장 3.5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이 금의 절반 정도가 지금부터 약 50년 이내에 채굴된 것이고, 현재 유통되는 금의 90% 이상이 골드러시가 시작된 1848년 이후에 캐낸 것이라고 한다. 그전까지 전 세계에서 채굴된 금의 양은 모두 합쳐 약 1만 톤에 불과했다. 그만큼 금은 귀한 금속이다.

 

순금(純金)다른 아무 금속이 섞이지 않은 정금(正金)”을 말한다. 정금은 원래 순수한 상태에서 금 자체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정금(精金)은 처음에는 원석의 다른 불순물들과 함께 섞여 있다가 불로 연단하는 과정을 거쳐서 모든 불순물들이 제거되고 순수한 금만 추출해 낸 것이다.

동광석 1t에는 1520g의 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금이 섞인 원석은 1000도 이상의 용광로에서 40여일 간 세 번 제련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제대로 된 금이 나온다고 하는데. 한번 정금이 된 뒤에는 다시 광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금은 순도에 따라 포 나인(99.99), 파이브 나인(99.999), 식스 나인(99.9999), 세븐 나인(99.99999)으로 분류된다. 제련(製鍊)한 정금 중에 최고의 금은 세븐 나인이다.

순금을 만들려면 제련 과정에서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먼지만한 불순물이라도 들어가면 순금을 만들 수 없다. 불순물과 노폐물은 뜨거운 용광로에서 제거되는데, 그 제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정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금의 제련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온도가 제일 중요하다. 약간 높거나 낮으면 다른 액체가 함께 녹아 불순물을 제거할 수 없게 된다.

국제공통으로 순도 100%의 금은 24karat으로 기준을 삼고 있는데, 24k라는 것은 100% 순금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100%는 거의 있을 수 없기에 99.9%가 들어가며 999로 표현한다.

 

금의 특성

 

금속의 제왕이라 불리는 금은 모든 금속 가운데 연성(ductility)이나 전성(malleability)이 가장 뛰어난 부드러운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연성(延性)은 잡아당겼을 때 파괴되지 않고 계속 엿가락처럼 가늘고 길게 늘어나는(뽑아지는) 성질, 즉 늘림성을 말하고, 전성(展性)은 망치로 두드리거나 압착했을 때 부서지지 않고 평면으로 넓고 얇게 잘 펴지는 성질, 퍼짐성을 말한다. 전성과 연성을 합쳐서 전연성이라고도 한다. 금은 전성과 연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녹는 점도 낮아 가공이 쉽다.

1g을 우리가 흔히 보는 철사처럼 가늘고 길게 만들면 3,000m 이상으로도 충분히 늘릴 수 있고, 금을 두드려서 넓고 얇게 펴면 1평방미터 이상으로 펼 수 있다. 금은 1의 두께까지 얇게 할 수 있으며, 엄지손가락 크기의 금을 얇게 펴서 3층 건물을 모두 뒤덮을 수 있다. 1g의 금이면 1인치(2.54cm)의 높이로 약 25,000장의 금박을 쌓을 수 있다. 인도 서북부 펀잡 주 암리차르시에 위치한 시크교 최대의 성지인 황금사원(Golden temple)400kg에 달하는 순금으로 덮었고, 예루살렘에 있는 무슬림들의 오말 사원의 황금 돔은 요르단의 전 후세인왕이 650만 달러의 비용을 대서 1200장의 순금 판으로 황금 지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금의 전연성 때문에 사원이나 거대한 불상을 금으로 뒤덮는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

금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식에 강해 거의 녹슬지도 않으며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광물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한다. 금의 가치는 바로 희귀성과 불변성에 있다.

중세부터 여러 연금술사들에 의해 인공 황금을 만들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하였다. 세계의 잠재 매장량은 수십만t으로 추정되고, 북한은 2t으로 세계 9위이다.

 

불순물이 제거된 정금같은 마음

 

순금도 귀하지만 순금보다 귀한 것은 인생의 고난과 시련을 통해 욕망과 교만이라는불순물이 제거된 깨끗하고 겸손한 마음이다. 정결한 영혼은 금보다 아름답고 귀하다. 사람들 마음에는 욕망도 있고 교만도 있고 음욕도 있고 더럽고 악한 마음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을 만나보면 인생의 수고를 통해, 고난을 통해, 실패를 통해 마음의 불순물이 제거되고 낮아져 마음이 정금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비어지고 낮아진 마음에는 천국이 임하기가 너무 쉽다.

마틴 루터는 내가 고난을 받기 전까지는 하나님의 말씀의 의미를 결코 알지 못했다. 고난은 나의 가장 훌륭한 선생님인 것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정금은 여러 번 뜨거운 불을 통과한 후에 만들어지며, 매화는 매서운 추위를 겪은 다음에 곱게 피어 맑은 향기를 발하듯이, 고난을 통과하며 진지하게 인생을 살아본 사람만이 참된 인생의 단맛을 제대로 알게 된다. 인생이라는 용광로 안에서 여러 번 시련과 역경을 통과하면서 불순물이 제거된 사람의 마음은 정금보다 귀하고 보석보다 아름답다. 고난은 인생의 밭에 영광이라는 씨앗을 심기 위해 하나님이 하시는 쟁기질이다. 비싼 보석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은 하나님 앞에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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