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모.(제공=엠제이스타피쉬)
구준모.(제공=엠제이스타피쉬)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제작 엠제이스타피쉬)가 10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와 관객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La Révolution)’은 1884년 조선의 갑신정변과 1789년 프랑스혁명을 넘나들며 시공간을 관통하는 사랑과 혁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컬 ‘아킬레스’, ‘아폴로니아’, ‘천사에 관하여:타락천사 편’을 작곡한 이아람 작곡가가 재연 무대에 새로 참여하였다.

갑신정변과 프랑스혁명의 중심에 있는 홍규와 레옹 역에는 고훈정, 김지온, 최석진이 연기하며, 새로운 조선을 꿈꾸는 갑신정변 행동대원 홍규와 프랑스 시인 레옹은, 격동의 시대에 온몸을 던져 뛰어든다. 서도와 마리안느 역은 김사라와 임예진이 맡아 혁명의 물결 속에서 뜻밖의 운명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원표와 피에르는 김찬호, 구준모, 이준우가 연기하며, 조선의 개화를 외치는 엘리트 지식인 원표와 프랑스 귀족 피에르를 맡아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원표와 피에르 역의 배우 구준모는 ‘라 레볼뤼시옹’은 여러 번 고사한 끝에 선택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아람 작곡가님과 친분이 있었는데 저에게 예전부터 작품을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수소문을 해보니 제작사 엠제이스타피쉬는 높은 음을 좋아한다고 하고 뮤지컬 ‘아킬레스’ 넘버 영상을 봤더니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노래에 자신이 없고 피해를 끼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사를 했는데 계속 저에게 함께하고 싶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제가 전제조건으로 ‘작곡가님이 원하는 만큼의 음역을 소화를 못 해서 조절이 필요한데 괜찮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을 계속하고, 저는 항상 새로운 컴퍼니들과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이번에도 새로운 컴퍼니와 창작진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돼서 하게 됐다”고 전했다.

고훈정, 구준모, 임예진.(제공=엠제이스타피쉬)
고훈정, 구준모, 임예진.(제공=엠제이스타피쉬)

다음은 구준모와 일문일답이다.

Q. 여러 번을 고사한 작품이었는데 ‘라 레볼뤼시옹’ 대본을 보고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제가 엠제이스타피쉬의 작품을 제대로 본 게 예전에 ‘마마, 돈크라이’였다. 그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보통 2, 3인극이며 음이 높고 노래가 어렵다고 하더라. 작품에 함께 했던 배우들을 봐도 제가 하는 연기의 결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이 제작사와는 작품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디션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놉시스를 봤더니 재미있어 보였다. 프랑스 혁명은 오페레타이고 갑신정변은 연극 형태로 가는 게 흥미로웠지만 앞선 이유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접고 있었는데 작품에 함께 하자고 연락이 왔다. 작가님이 쓴 언어가 은유적이고 초반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시대 고증이 된 고어라고 하셨다. 후반부에는 노래를 익히고 가사를 곱씹을수록 대본만 볼 때 몰랐던 가사가 함축적으로 다 느껴졌다. 작품을 하면서 포함된 의미를 느끼며 계속 감탄하고 있고, 결과적으로는 대본이 형식이 이 작품을 택한 결정적 이유였다."

Q. 갑신정변의 원표와 프랑스 혁명의 피에르로 1인 2역을 하고 있다. 두 역할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한 부분이 있나.

"저는 작품을 할 때 역할의 의상과 무대 디자인, 조명을 중요시 생각한다. 우리가 사람을 볼 때도 눈으로 보는 게 첫 번째 인식이지 않나. 처음에 보여지는 걸로 기준을 잡아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출님께 의상에 대한 요구를 많이 했다. 원표는 쓰리 피스로 셔츠, 조끼, 코트를 갖춰 입고 반면 홍규는 셔츠에 멜빵을 매고 프리한 재킷을 입는다. 여기서 원표는 확실히 배운 사람이고 예의와 매너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으며 사리분별을 잘 하는 사람을 나타낸다. 제가 프랑스 혁명 당시의 고증은 잘 모르지만 피에르가 입고 있는 옷의 장식과 프릴만 봐도 지위를 나타낸다고 느낀다. 피에르는 의상을 교체하지 않는데 연출님께서 그게 피에르라고 하셨다. 위치와 지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상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그 자리를 무너뜨리고 싶어 하지 않는 프랑스 장군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원표와 피에르의 차이를 주려고 생각한 것보다 저절로 차이가 생긴 것 같다. 또한 작품 후반부에 원표가 홍규에게 “홍규, 조선은 병들었어, 오늘에라도 단번에 무너질 거야”라고 말할 때 홍규가 “피에르”라고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원표가 소설 속의 피에르처럼 비칠 수 있고, 이미 대본에서도 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 보니 딱히 둘을 이분화 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Q. 원표에게 홍규와 서도, 피에르에게 레옹과 마리안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원표에게 홍규는 죽마고우라고 하기는 과한 것 같다. ‘신분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만났고, 친해졌지?’가 늘 의문이었는데 단순히 혁명에 대한 열망으로 둘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제 생각의 출발이 이래서 그런지 홍규랑 원표가 노는 장면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 같은 스킨십이 나오지 않았다. 연습과 작품을 하다 보니 우리 둘도 사람이고 이 부분에서 장난을 치는 것이 조금씩 이해가 되며 자연스러워졌다. 혁명이라는 뜨거운 마음으로 사귀게 된 친구가 홍규이다. 서도에 대해서는 홍규가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면, 원표는 말 한마디 섞지 않아도 오며 가며 지켜보고 서도의 매력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 서도를 마주쳤을 때도 러시아 말로 말을 거는 게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한 것 같고, 서도도 혁명에 대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피에르에게 레옹은 이름조차 알 가치가 없는 하층 중의 하층이다. 그러다 레옹이 마리안느 집에 쳐들어온 걸 보면서 알게 된 거고, 레옹은 이미 피에르를 프랑스 장군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피에르에게 마리안느는 사랑이었고, 그 시대는 지위 때문에 남들 앞에서 사랑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했을 것 같다."

고훈정, 임예진, 구준모.(제공=엠제이스타피쉬)
고훈정, 임예진, 구준모.(제공=엠제이스타피쉬)

Q. ‘라 레볼뤼시옹’ 중에서 가장 마음이 뜨거워지는 장면은 언제인가.

"프랑스 혁명의 장면이 확실히 ‘혁명’이라는 단어를 말해서 그런지 마음이 뜨겁고 실제로도 땀이 많이 나서 몸도 뜨거운 장면이다. (웃음) 또한 총을 쏘는 것은 제가 쏘든, 맞는 입장이든 어마어마한 일인데 갑신정변에서 총싸움을 할 때도 꽤 뜨거워진다."

Q. 우리는 역사 관련 작품을 보면서 ‘내가 저 현장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인간 구준모가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

"혁명가로 산다는 것은 지금 인터뷰를 끝내고 건물을 나가자마자 총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은 운명을 가진 삶이 아닐까. 과거 혁명가들의 이러한 마음이 대단하기 때문에 작품에서도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감히 혁명에 뛰어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저는 다치는 게 정말 싫다. (웃음)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전에 놀러 가서 체험하는 것에서도 천장 나무통을 건널 때 떨어지는 게 무서운 것보다 나무통에 맞으면 아프고 다칠까 봐 더 걱정됐다. 우리가 커터 칼에 손이 살짝 베이는 것도 아픈데 총과 칼이 있는 혁명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Q. 시작하기 전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어떤 걸 배운 것 같나.

"‘라 레볼뤼시옹’을 통해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이 어떤 건지 발견할 수 있었다. 제가 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셔서 일주일의 반은 강원도, 반은 서울을 오가면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데 절실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일을 해야 돈도 벌고 엄마를 간호해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릴 수 있지 않나. 처음에는 엄마 걱정에 공연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가 지금은 더욱 절실하고 뜨거워지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Q. 코로나19가 시작하기 전에 뮤지컬 ‘쓰릴 미’ 인터뷰로 만나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동안 작품을 많이 했다. 몇몇 작품을 봤었는데 매번 지난 작품보다 더 늘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놀랐다.

"공연이 엎어져서 쉬고 있는 배우들도 있을 텐데 저는 운이 좋게 공연을 쉬지 않고 해서 정말 감사하다. 지난 인터뷰 기사를 다시 찾아보고 왔더니 제가 ‘쓰릴 미’가 발돋움이 되는 단계로 될 것 같다고 말했더라. 제가 겸손한 건지 부끄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제 입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말은 못 하겠지만 많이 배운 것은 맞다. ‘쓰릴 미’ 첫 공연 날만 해도 손을 엄청 떨었는데 이제는 그만큼 떨지 않는 걸 보면서 그동안 많은 경험이 쌓여서 조금은 여유로워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한편, 뮤지컬 ‘라 레볼뤼시옹’은 8월 1일까지 대학로자유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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