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제공=㈜엠피엔컴퍼니)
김현진.(제공=㈜엠피엔컴퍼니)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Q. 둘은 고등학교 때는 어떤 관계였을까. 더 각별했을까 아니면 지금 보다 먼 사이였을까.

나라 – 저는 네이슨을 먼저 좋아했다. 연인관계에서 나쁜 남자처럼 네이슨에게 먼저 다가갔는데 어느 날 그 마음이 식어버리기 시작한 거다. 그 과정에서 네이슨은 저에 대한 마음이 커져서 주객전도된 느낌인 거다. 동등한 관계였는데 제 마음이 변하면서 네이슨의 집착이 무대 위에서 보이는 게 아닐까. 그리고 리차드는 자기를 좋아하는 네이슨의 마음을 이용하여 사고를 일으키고 범죄를 저지른다. 다시 돌아왔을 때 네이슨을 보면서 ‘이놈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 한다.

현진 – 보시는 것이 정답입니다. (웃음) 매번 공연의 느낌이 달라지다 보니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있겠지만, 여러분이 상상하는 게 정답이다. 큰 틀에서 힌트를 드리자면 네이슨과 리차드는 둘이 같이 있는 게 매우 자연스러운 관계였지 않았을까.

배나라, 이주순.(제공=㈜엠피엔컴퍼니)
배나라, 이주순.(제공=㈜엠피엔컴퍼니)

Q. 리차드는 동생에 대한 미움이 강해 보이는데 왜 그렇게 싫어하게 됐을까. 동시에 리차드와 네이슨에게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라 - 두 가지 해석으로 나뉠 수 있다. 풍족한 집안이지만 귀족 집안처럼 바르게 커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컸을 거다. 또 첫째로서 많이 혼나고 스파르타 교육을 받으며 자유롭지 못한 와중에 둘째는 자연적으로 좀 풀어주면서 편애를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걸 보면서 의도치 않게 동생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게 된 거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동생의 행동이 자꾸 눈엣가시로 보이게 된다. 리차드가 보통이 아니어서 눈에 거슬리는 걸 한두 번 무시하지 않고 괴롭혔을 거 같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혼났을 거다. 첫 번째 포커스는 진짜 동생을 죽이려는 플랜이거나 아버지를 화나게 만들기 위한 동생 살인의 플랜으로 두 가지의 방향성이 있다. 이건 무대 위에서 할 때마다 다르다. 내 동생을 죽이자고 하면서 ‘아버지가 화내겠지?’를 강조할 때 있고, 동생을 정말 죽이고 싶을 때는 동생 이야기할 때 정말 예민하게 받아 드린다.

“나하고 아버지는 달라, 아버지는 사회적인 시선에만 신경 쓸걸?”이라는 말처럼 아버지는 교육을 겉으로 내보이기 위한 포커스를 두고 자식을 교육했을 거고, 리차드는 틀에 갇힌 교육을 받아왔을 거다. 거기서 생긴 반항과 불편함을 드러냈을 텐데 표현하지 못하니 그걸 받아줄 수 있는 네이슨을 함께 한 거 같다.

현진 - 네이슨에게 아버지는 중요하지 않다. “창고에 불 지른 거 알면 어떡하지”, “날 찾기 위해 돈을 내실 거야”, “명성만 아니었으면 친절하게 굴지 않았을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네이슨에게 리차드라는 사람이 커서 아버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데 리차드 말고는 무미건조하지 않았을까.

김현진.(제공=㈜엠피엔컴퍼니)
김현진.(제공=㈜엠피엔컴퍼니)

Q. ‘쓰릴 미’에서 네이슨과 리차드를 가장 잘 표현한 대사는.

현진 - “나는 그를 뒤따른 거뿐, 벌을 받을 줄 알면서 살인을 동참한 유일한 이유입니다” 이 부분이 네이슨의 시작과 끝을 나타낸다.

나라 – 공연을 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대사가 있다. 인간 배나라로서 리차드로서 하기 싫은 말이 “그냥 강해져, 나처럼”이다. 리차드로서 그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무대 위에서 그 순간 자체가 날 용서한 네이슨 앞에서 빌어도 모자랄 판에 한다는 말이 마지막 자존심 같다. 뭘 강해지나, 이미 무너졌는데. 그다음 ‘어프레이드’ 신에서 리차드의 진심이 나오는데 “모든 게 꿈같았어. 이젠 끝이야. 상관없어 애는 다 죽었고 모르겠어. 죽기도 싫고 종신형도 싫다”며 두려움을 말한다. 그렇다 보니 “그냥 강해져, 나처럼”을 말한다는 게 바보 같은 리차드를 표현하는 말 같다.

배나라.(제공=㈜엠피엔컴퍼니)
배나라.(제공=㈜엠피엔컴퍼니)

Q. ‘쓰릴 미’는 스스로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현진 -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스스로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쓰릴 미’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바뀐 거 같다. 배우로서 많은 걸 공부할 작품이었다. 수능시험 같은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준비하기 어렵고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한 번의 경험이 그 이후에 많은 걸 공부하게 했다. 새로운 관점이 열리게 된 작품이라 감사하고 수능시험처럼 오래 기억에 남고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지 않을까.

나라 - 그동안 ‘쓰릴 미’를 한 많은 배우 사이에 이름이 기록이 되고, 누군가가 생각했을 때 ‘배나라가 '쓰릴 미'를 하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로 기억이 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또 하고 싶기도 하다. 사실 상견례 때 윤이랑 현진이랑 대본 리딩 하는 걸 보면서 울었다. ‘내가 '쓰릴 미'를 보고 운다고? 이 눈물은 뭐지?’ 싶었다. 그 첫인상이 강력하게 다가왔다. 대본도 탄탄하고 좋고, 뮤지컬로써 음악이 좋고 연극적인 기반을 가진 작품에 함께 하니 ‘내가 언제 또 쓰릴 미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무대 위에 오를 때 준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외줄타기 하는 거 같을 때가 있다. 2인극이다 보니 배우 둘이 대화하지 않으면 정적과 싸움인데. 그 기운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더라. 이 기운을 계속 느끼고 싶다. 중독 아닌 중독이 있다.

한편, 뮤지컬 '쓰릴 미'는 6월 6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열린뉴스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