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배나라.(제공 ㈜엠피엔컴퍼니)
김현진, 배나라.(제공 ㈜엠피엔컴퍼니)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쓰릴 미’가 이름에 걸맞은 명성답게 연일 매진행렬을 달리고 있다.

뮤지컬 ‘쓰릴 미’는 1924년 시카고에서 발생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뮤지컬화 한 작품이다. ‘나’와 ‘그’ 사이의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감정 묘사와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탄탄하고 섬세한 음악은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를 써 내려가며 십 년 넘게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열린뉴스통신은 ‘쓰릴 미’의 전 배우인 ‘나’(네이슨) 역의 김현진, 김우석, 이주순, ‘그’(리차드) 역의 노윤, 배나라, 이석준를 모니터 후 만나 페어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릴레이 인터뷰의 마지막 페어, 김현진과 배나라의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Q. 현진 씨는 한동안 학업으로 무대를 쉬다가 다시 돌아온 게 뮤지컬 ‘쓰릴 미’인데 다시 참여하게 된 계기와 나라 씨는 ‘쓰릴 미’에 어떻게 함께 하게 됐는지 말한다면.

현진 - 저번 시즌에 이어 다시 이 작품을 만나니 ‘쓰릴 미’를 연속해서 오래 하는 기분인데, 배우도 바뀌고 무대도 달라져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기분이다. 특히 저번 시즌과 다른 무대 공간에서 시작점을 가지게 되어 새롭게 발견하게 된 부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감히 스스로 판단해 보건데, 두 시즌을 함께 하다 보니 인물에 대한 이해와 표현 방식들이 조금 깊어진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웃음)

나라 - 전에 ‘쓰릴 미’를 했던 (송)원근이 형이 리차드로 오래 했다고 들었는데, 형이랑 같이 공연을 하다가 저에게 리차드랑 잘 어울린다고 말씀하셨다. 이때 저에게 “8시야 늦지 마”를 해보라고 시키셔서 농담 식으로 했는데, 감사하게도 추천을 해주시고 회사에서 저를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참여하게 됐다. ‘쓰릴 미’를 참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고 중요한 작품이 될 거 같다고 생각해서 고민도 없이 무조건하고 싶다고 했고 작품을 하고 무대에 오르면서 후회나 아쉬움이 없다. 작품의 기회가 오게 된 자체가 뜻깊게 생각하고 있고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한다.

배나라.(제공=㈜엠피엔컴퍼니)
배나라.(제공=㈜엠피엔컴퍼니)

Q. 나라 씨 성격에 대해서 주위에서 듣기로 겉의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순하고 착해서 ‘천사 배나라’라는 말이 있더라. 강하고 폭력적인 리차드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거 아닌지.

나라 – 어떻게 아셨어요? 저 리차드 고민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리차드가 표면적으로 센 캐릭터여야 하는데 그런 부분만으로도 제가 너무 힘든 거 같다고 현진이한테 연습 초반에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네가 섬세한 성격과 유약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리차드를 표현하는데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너라서 더 잘 어울릴 것이다”고 말해줘서 희망과 에너지를 얻었다.

현진 – 제가 생각하는 리차드여서 그렇게 말을 해준 거 같다.

나라 – 이 말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된 게 제가 관객에게 보이려는 리차드 말고 제가 만들 수 있는 리차드를 연기하자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현진 -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려면 겉으로 보이는 현상뿐만 아니라 성격을 캐릭터에 녹여내면 풍부한 캐릭터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센 모습만 보여주지 않고 내면에 있는 약한 모습이 튀어나올 때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고 네이슨과 반대되는 모습이 보일 때 리차드도 돋보일 수 있다. 반대로 네이슨은 유약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강한 모습이 튀어나와서 서로가 톱니바퀴처럼 물려갈 때 유기적으로 가지 않을까. 나라를 친구로 예전부터 알고 지내왔기 때문에 나라가 어떤 부분을 고민할지 알아서 그렇게 말을 해줬다.

김현진.(제공=㈜엠피엔컴퍼니)
김현진.(제공=㈜엠피엔컴퍼니)

Q. 모니터하면서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 함께 하는 배우 중에 가장 많이 느낌이 달라진 사람이 현진 씨가 아닐까 싶었다. 1년 사이에 네이슨이 어떻게 달라졌나.

현진 – 프로덕션 내부와 주변 지인들, 또 관객분들의 감사한 편지를 통해 달라진 점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 스스로도 흥미로운 건, 연습을 시작하며 저번 시즌과 다르게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저번 시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작도 그 바탕에서 시작했는데, 어느 날 연습이 끝나고 나라랑 둘이 처음부터 런을 해보자고 해서 런쓰루를 했는데 눈물, 콧물을 다 쏟았다. 네이슨을 연기하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결과들에 놀랐지만, ‘오늘 비가 와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연습을 시작하며 첫 곡 '와이’를 부르는데 다시 눈물이 울컥하더라.

“난 그저 그를 뒤따른 거뿐”이라는 가사가 새로운 느낌으로 가슴에 꽂혔다. 한편으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낯설었지만, 오랜 고민과 창작진을 비롯한 동료들과의 대화 끝에 그 새로움들을 받아들이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먼저 작품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감정들을 표현에 내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이미 대사와 노래들을 익혀 알고 있으니, 그 말과 상황들을 따라가며 느껴지는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생각들을 다시 쌓아가는 과정으로 작품에 임했다. 연습이 종료된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함께 연습해준 나라가 고맙고 새로운 게 마음에서 일어나서 흥미롭다. 그 “난 그저 그를 뒤따른 것 뿐”이라는 이야기는 리차드에 대한 순종적인 표현인 동시에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비겁한 변명이라는 이중성을 띤다. 그 사실을 네이슨이 정확하게 알고 진술에 임하는지, 자기방어 기재로 자신마저 속이며 진술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것을 포함하는 이 말에 대한 부분이 이번시즌 김현진이 연기하고자 하는 네이슨의 가장 중심이 되는 줄기라고 생각한다.

그 영향으로 작년에 나와 리차드, 심의관, 보고 있는 관객으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했던 부분이 이번엔 관객과 심의관을 동일 선상에 올리고, 어떻게 믿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공연을 쉬고 학교를 다니던 도중,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던지신 한가지 화두가 생각났다. "우린 끊임없이 배우의 몫과, 연출을 비롯한 창작자와 스텝들의 몫 그리고 관객의 몫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 가르침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번 시즌 더욱 대본에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관객은 옳은 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존재라는 확신도 더욱 강해졌다.

내가 느끼는 네이슨은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 마냥 자신을 방어하는 대에 아주 노련한 동시에 한편으로는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네이슨이다. 작년에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있었는데 범죄자들의 기사와 인터뷰를 접하면서 집중하게 되었던 건 자기가 잘못한 걸 제대로 알고 반성하려는 모습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그런 도덕적 양심조차 없나?’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네이슨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리차드라는 세계가 자신에게 너무 큰 나머지 그 세계에 스스로 갇혀버리지 않았나. 작년에는 제가 새장이고 리차드가 새인 줄 알았는데 올해는 어쩌면 리차드가 새장이고 내가 새가 되어서 스스로 들어간 거 아닐까.

정리하자면 지난 시즌의 네이슨은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출발 지점과 끝 지점을 찍어놓고 일련의 과정을 정확하게 그 지점을 가면서 보여드리려고 했다면 올해는 허허벌판에서 나침반 하나 들고 그 길을 찾아가는 네이슨의 모습 같다. 두 결과의 목적지는 리차드다. 표현하는 배우들에 따라 한 지점에 머무르는 도착지의 깃발 같은 리차드가 있고, 마치 루어 낚시의 미끼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네이슨을 끌어당기는 리차드가 있다. 그 공연 안에서 “난 그저 그를 뒤따르는 것뿐”이라는 말에 집중하면서 찾아가다 보니 직진으로 가는 날과 지그재그로 가는 날이 있더라. 이번 네이슨의 운명은 리차드에게 달려있다. (웃음) 그래서 매 공연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번 시즌 네이슨이 의지하는 것이 지도 앱이었으면 ‘이 버스 타면 안 돼, 지하철로 가자’고 했을텐데 오로지 의지하는 것이 나침반의 끝이다 보니 그런 변화를 겪게 되는 것 같다. 공연의 여러 회를 거듭할수록 결국 나침반의 끝을 따라 도착한 곳이 리차드라는 그 믿음이 단단해진다. 그래서 순간순간 제가 느껴지는 게 다를지라도 '우리'를 믿고 끝을 가보자고 생각한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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