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순, 노윤.(제공=㈜엠피엔컴퍼니)
이주순, 노윤.(제공=㈜엠피엔컴퍼니)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네이슨은 리차드가 새로운 범죄를 계속 제안할 때 어떤 생각이 드나.

주순 - 리차드의 어떤 것들이 점점 세지니까 네이슨의 계산도 달라지는 게 있을 수 있다. 리차드가 살인까지 간 거에 네이슨은 감정적인 동요보다 새로운 계산을 해야 하는 판단의 문제이다. 겉으로는 더 무서워하는 게 있지만 네이슨은 안에서 자기만의 판단을 하고 있다. 저의 네이슨이 어떻다는 건 아직은 오프더레코드로 하고 싶다. 저도 매일 다르게 연기하는데 제 이야기에 맞춰서 공연을 보실까 봐 공연하면서는 노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다.

- (이주순의 설명을 듣고) 캐스팅 바꿔 주세요. 기분 나빠서 연기 못하겠어요. 듣고 나니까 골머리가 아프네요. 틀을 만들고 보시든 말든 자유다. 저도 편지를 받아서 보면 틀을 만들었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게 다 다르더라. “오늘은 왜 이렇게 다정하게 사랑을 주세요”라고 하던데 전 지금도 여전히 사랑을 준 적이 없다. (웃음) 그런 게 신기한 거 같다. 주순 네이슨이 나를 우월하게 보지 않는 건 느껴졌다. ‘쓰릴 미’가 원래 90분짜리 공연인데 주순이 형이랑은 110분을 한다. 형이랑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기분 좀 더러운데”라고 했는데 긍정적인 말이다. 본인에 대한 집착에서 온 광기가 느껴지니까 미저리 같다. 화가 너무 나더라. 제가 ‘라이프 플러스 99 이어즈’에서 “이겼어 넌 나를”하면서 멱살을 잡고 네이슨 눈동자에서 저를 본다. 이때 ‘아 내 꼬라지가 이렇구나’ 싶은데 작년에 이대웅 연출님이 상대방의 눈동자에서 나를 봤을 때 처량함을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이 결국엔 나도 똑같은 놈이구나 싶었다.

네이슨 마다 제 리액팅이 다른 부분이 중간에 리차드가 네이슨한테 오라 그러고 담배를 주면 받는 게 있는데 형은 아무것도 안 한다. 제가 분장실에서 형한테 “형 오라 그러면 와요?” 하니 “나 안가”라고 하고, “담배 받아요?”라고 물으니 “나 안 받아”라고 하길래 “그럼 난 어떡해?”라고 말했다. 둘이 나만 생각하는 게 크니까 더 커진다. 담배도 안 받아서 던졌더니 죽일 듯이 쳐다보는데 순간 목을 조를 뻔했다. 조만간 마지막 장면에 제가 형의 목을 조르려고 할 수 있으니 놀라지 마라. 그런데 주순 네이슨은 절대 안 흔들린다.

노윤.(제공=㈜엠피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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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리차드에게 동생은 어떤 존재이길래 그렇게 죽이고 싶어 할까.

- 이것도 고증이 있는데 아빠가 뭐만 잘못하면 혼내고 보모 손에 많이 컸다고 한다. 엄마는 더 소중한 존재이고 아빠는 동생만 보면 너무 잘해주고 동생이 거슬리는 존재인데 저에게 가장 컸던 건 내 장난감이 되어야 하고 소유욕이었던 네이슨이 동생과 스캔들이 있었더라. 그게 포인트다. 1년이 지나서 돌아왔을 때 “너 내가 (로스쿨에) 안 간 거 어떻게 알았냐?” 하니까 “네 동생”이라 답할 때 ‘죽일까?’싶다. 집에 들어왔을 때도 동생 때문에 들어온 거 알고 ‘얘를 죽여야겠네’ 라는 전개가 있다. 네이슨이 동생이랑 뒤에서 놀아난 게 너무 거슬린다. 동생이 내 삶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와서 알짱거리고 거슬리는 게 재수 없고, 아빠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는 거다. ‘내가 이렇게 하면 아빠가 관심 갖겠지?’라며 조금씩 더 센 거를 찾다가 ‘동생 죽이면 나만 보겠네’ 생각이 든 거다.

Q. 네이슨을 연기하면서 가장 의문이었던 점은 있나.

주순 – 감옥에서 리차드가 자냐고 물을 때 네이슨은 자고 있지 않은데 대답을 안 한다. ‘왜 대답을 안 하지?’에 물음표가 많이 떴고, 텍스트상에서 저에게 궁금증을 되게 많이 줬는데 대답은 일부러 안 하는 거다. 내가 대답을 해서 반응하는 리차드가 아니라 지금의 리차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서 듣는다.

이주순.(제공=㈜엠피엔컴퍼니)
이주순.(제공=㈜엠피엔컴퍼니)

Q. ‘로드스터’에서 리차드가 아이를 유괴하려고 데려가는 것을 보며 드는 생각은.

주순 - 전체적으로 극이 네이슨이 심의관에게 진술하는 것들인데 그 안에서 심의관에게 하는 말과 무대에서 상황이 뭐가 진실인지 다를 수 있다. 제가 뒤에서 딴짓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장면에서도 상황에 집중하며 아이의 발자국을 보고, 리차드가 보이고 뒤에 차가 있다니까 차를 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상황을 풀어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저는 그 장면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네이슨으로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싶었다. 리차드가 살인하는 걸 보고 관객이 심의관이 되어서 보고 그냥 느끼게끔 하고 싶었다. 제가 플러스알파로 감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Q. 니체의 초인론에 빠지고 우월해지고 싶었던 사람은 리차드였으나 네이슨이 더 우월하지 않나. 네이슨이 리차드보다 더 우월하다고 느껴진 지점은.

- 고등학교 때부터 열등감은 가지고 있다. 얘가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걸 아는데 겉으로 더 센 내가 이 아이를 찍어 누를 때 ‘내가 더 신이야, 초인이야’라는 느낌이다. 네이슨이 머리가 더 좋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극이 진행이 되면서 내가 이기고 있다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기고 있는 게 맞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안경신에서 “아니, 너”라고 하면 현진이 형은 웃으면서 “뭐?”라고 하면 톤이 바뀌는 게 느껴진다. 그러면 ‘내가 실수를 했나, 질 만한 건덕지가 있었나’ 싶다. “뭐?” 하면서 웃어도 겉으로 티를 낼 수 없고 제 할 일 하다가 네이슨이 “일부러 그런 거야” 할 때 “미친 새끼야!”라고 내뱉는 거다.

노윤 ©열린뉴스통신
노윤 ©ONA

Q. 두 배우 모두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어디인가. 윤 씨는 지난 시즌과 달라졌나 같은가.

– 사실 지난 시즌에 어느 부분을 좋아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이번 시즌은 ‘킵유어딜위드미’이다. 작년과 느낌이 많이 변하면서 거기서 키스를 하는 건 똑같지만 받아들이는 리차드의 감정과 자세가 달라져서 그 신이 재미있더라. 공원 신이 무사히 지나가면 그 신이 재미있어지고 후반부의 신들도 잘 쌓여간다. ‘킵유딜’에서 조금의 승리감을 느낀다. ‘이렇게 하면 네가 다시 넘어오는구나’ 싶고 ‘어프레이드’에서 리차드가 찌질하게 무너지는 게 재미있다. 라이플 첫 대사가 “두렵니?”라는 대사인데 앞에 리차드가 “두려워 모든 것이 다”라고 하고 네이슨이 “두렵니?”라고 물을 때 “아니, 넌!”이라고 하는데 자잘한 감정이 정말 재미있다. 리차드는 죽음이 너무 무섭다. 종신형이어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 인생은 이제 끝인데 그 와중에도 우위에 있는 걸 보여주겠다고 “변호사 기가 막히더라, 난 그런 애가 되고 싶었어”라고 하면서 미친 사람이다. 그래서 저는 리차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한테 이해받으려고 해도 안 되고 사랑으로 보듬어달라는 거 말도 안 된다. 허구의 인물도 아니고 실제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지 않나.

주순 – 저는 아예 극의 맨 처음에 피아니스트가 나와서 피아노를 치고 네이슨이 걸어 나와서 “앉을까요?”라고 할 때가 좋다. ‘쓰릴 미’를 하며 크게 와 닿은 것 중 하나가 2인극이 아니라 3인극이더라. 연습실에서 리허설하면서 다른 캐스트 하는 걸 보는데 피아노 연주가 나오고 네이슨이 딱 들어가는데 짜릿함이 아니라 만화를 보면 주인공이 자기만의 장벽을 치는 것처럼 ‘쓰릴 미’의 장막이 덮이는 느낌이다. 제가 소대에서 걸어 나와서 피아노 연주 끝부분에 대사를 친다는 게 무대를 이렇게 만들어주신 스태프에게 감사하고 그 그림에 제가 들어간다는 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 형이 말한 장면에 리차드는 나오지도 않는다. (웃음) 배우에게 첫 대사, 첫 장면은 중요하긴 하다.

이주순.(제공=㈜엠피엔컴퍼니)
이주순.(제공=㈜엠피엔컴퍼니)

Q. 두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됐다면 어떤 변호사가 됐을까.

- 남들이 살인을 저질러도 그걸 보면서 더 쾌락을 느낄 거 같다. “너 빡세게 죽였다, 내가 너 살려줘 볼게! 이렇게 하면 너나 나나 윈윈이잖아” 이러고 있지 않을까.

주순 - 변호사로 성공했을 거 같다. 범인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을 거 같다. 변호사도 이야기꾼인데 변호사가 만들어낸 스토리가 진짜냐, 가짜냐를 가지고 판사가 판단하는 거지 않나. 이성적으로 계산적으로 이야기들을 잘 만들어서 승소하게 할 거 같다.

Q. ‘쓰릴 미’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극의 느낌이랑은 다른데 저에게는 성장의 키워드를 주고 싶다. 이번에 다시 돌아오면서 연출님에게도 감사한 게 연습실에서 보자마자 “너 정말 많이 변했구나?”라며 좋아해 주시더라. 제가 변해서 온 건 다른 데서 변해서 왔겠지만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노는 법을 배우게 되고 또 작년보다 무대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게 스스로 보여서 행복한 작품이다.

주순 – 제가 올해 서른인데 삼십 대의 시작을 열어준 작품이다. 제가 스물여덟 살 12월에 연말과 작품이 동시에 끝나가니 정말 끝인가 싶었다. 그런데 서른이 되니까 정말 다른데 시작을 잘 연 거 같다.

한편, 뮤지컬 ‘쓰릴 미’는 6월 6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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