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쓰릴 미’가 2007년 초연의 무대를 다시 가져와 지금의 관객에게 그때의 추억과 함께 초연 이상의 감동을 주고 있다.

뮤지컬 ‘쓰릴 미’는 1924년 시카고에서 발생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뮤지컬화 한 작품이다. ‘나’와 ‘그’ 사이의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감정 묘사와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탄탄하고 섬세한 음악은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를 써 내려가며 십 년 넘게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열린뉴스통신은 ‘쓰릴 미’의 전 배우인 ‘나’(네이슨) 역의 김현진, 김우석, 이주순, ‘그’(리차드) 역의 노윤, 배나라, 이석준를 모니터 후 만나 페어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릴레이 인터뷰의 첫 번째 페어, 김우석과 이석준과의 일문일답을 공개한다.

Q. 우석 씨는 ‘쓰릴 미’ 지난 시즌에 이어 돌아온 소감과 석준 씨는 ‘쓰릴 미’를 함께하게 된 계기를 말해주면.

우석 - 굉장히 감사하고 여전히 걱정 많이 되고 긴장 많이 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새로운 배우들이랑 해서 즐겁게 하고 있다. 작년 ‘쓰릴 미’ 끝날 때 즈음부터 농담으로 한 번 더 하면 하겠다고 했는데 새로 올라오게 되어 좋은 마음으로 같이 하게 됐다. 다시 하게 되면 이번에는 리차드 하고 싶다고 하니까, “아니야 너는 멀리서 봐도 네이슨이야”라고 하시더라.

석준 – 뮤지컬 ‘풍월주’를 하고 있을 때 인터뷰할 게 있어서 저희 회사 대표님과 카페에 들어갔는데 ‘쓰릴 미’ 피디님께서 계셨다. 대표님과 피디님이 아는 사이라 인사를 드렸는데 두 분이 연락을 계속하신 거 같다. 이번에 ‘쓰릴 미’ 작품을 하는데 해보는 거 어떻겠냐고 물어보셔서 저는 저번에 형들이 하는 걸 봤었기 때문에 저도 하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됐다. 저는 키 때문에 리차드 아니면 안 된다고 하셔서 리차드를 하고 있다.

Q. 1년여 만에 만난 네이슨은 어떻게 달라진 거 같나.

우석 - 무대도 초연처럼 달라지고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도 달라지니까 캐릭터 안에서 생각하는 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다 새로웠다. 행동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리차드들이 다르게 받아줘서 초반에 적응 기간을 갖게 됐다. 리차드가 세 명이고 2, 3주의 텀이 있는 페어도 있으니까 엄청 긴장한다. 적응할 때 즈음 되면 바뀐다. (웃음)

Q. 처음 만난 리차드를 연기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석준 – 이들은 범죄자이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는 거지’란 고민을 많이 했다. 대사나 가사를 보면 끔찍한 얘기들도 많고 어이없는 가사도 있다. “내 동생을 죽이면 난 더 큰 방을 쓰겠지”라고 하는데 큰 방 하나 쓰려고 사람을 죽이는 게 이해가 안 돼서 되도록 애처럼 표현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Q. 초연의 무대와 조명 등을 다시 가져온다고 해서 언론과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부담되는 건 없었나.

우석 – 오히려 ‘쓰릴 미’를 다시 하는 거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그리고 작년 무대가 익숙해져 있다가 이 무대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보이니까 더 신경을 잘 써야 했다. 저번 시즌과 가장 다른 건 ‘로드스터’ 때 아이의 발자국이 나오는데 조명을 보고 ‘오!’싶었다. 작년에 발자국이 갈 때마다 조명이 켜진다는 걸 듣고 실제로 무대에서 실현되면 매력적이겠다고 생각했는데, 리차드가 아이를 잘 꾀어서 넘어가는 거를 보면 발자국만 있지만 애 모습이 보이는 거 같아서 가장 매력적인 거 같다.

Q. 리차드와 네이슨이 1년 만에 재회할 때 리차드는 네이슨에게 담뱃불을 달라고 하니 네이슨이 성냥을 꺼낸다. 리차드는 이 모습을 보면서 라이터를 꺼내는데 정말 얄밉더라.

석준 – 얘가 나에게 여전히 애걸복걸하고 복종하나 보려고 테스트하는 느낌이다. ‘나는 네가 없어도 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그 신을 하고 있다. 이때 네이슨의 반응을 지켜본다.

우석 – 그럴 줄 알면서도 성냥을 주는 거 같기도 하고, 둘의 명확한 상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난 언제나 너에게 복종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여주는데 네이슨에게는 그게 리차드의 모습이라 맞춰주는 거지만 솔직히 화가 난다. 일부러 뿅~하면서 열지 않나.

Q. 리차드가 네이슨에게 방화를 하자고 할 때 각자의 생각은.

우석 – 사실 방화를 할 때는 불장난 보다 그 뒤를 생각하게 된다. 이걸 하면 내 욕정을 채우는 게 실현되기 때문에 ‘안 되는데~’하면서 따라가게 된다. 흥분한 리차드의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불을 지르는 거다.

석준 – 방화를 제안할 때는 네이슨이라는 아이가 저에게 안절부절못하는 거에 희열을 느낀다. 범죄를 저지를 때 뒤를 봐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방화에 대한 흥분도 있지만 네이슨이 무서움에 떨고 저를 봐주는 모습에 희열이 있다. 범죄에 대한 카타르시스도 어느 정도 있는 거 같다.

Q. 네이슨에게 안경은 리차드를 바라볼 때, 계약서를 작성할 때와 범죄의 현장에서 발견되는 물건이다. 네이슨에게 안경은 어떤 존재인가.

우석 -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귀한 안경테고 귀하다는 걸 리차드와 관계성에서 보여주는 물건 같다. 이 아이와 뭔가를 할 때 짚어 주는 포인트로 사용되는데, 이 포인트를 잃어버렸을 때 더 위험한 거고 복선을 깔아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Q. 이런 안경이 아이의 유괴 살인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리차드의 심경은.

석준 - 안경이 없어졌다고 할 때 정말 개의치 않는다. 제가 희열을 느끼는 것도 네이슨이 저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아는데, 그런 애가 저를 추앙해주니까 좋은 거다. 일 년간 방황하지만 얘만 한 애가 없어서 돌아왔는데 3개 밖에 없다는 안경이라 하고 ‘얘가 멍청하게 안경을 떨어뜨려? 이딴 새끼랑 내가 놀려고 한 건가?’ 싶어서 공원신 때 확 터진다.

Q. 네이슨이 살인 현장에서 안경을 떨어뜨렸다고 하는 건 정말 떨어뜨린 건가 아니면 실수였는데 떨어뜨리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가.

우석 – 고의일 때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를 선택할 때가 많다. 실수로 정말 떨어뜨렸는데 네이슨은 이 사건을 빠져나갈 거라고 금방 캐치했지만 리차드가 어떻게 선택하는지 보려고 그렇게 말한다. 얘가 무너지고 제가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봤을 때 옆에 평생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부러 그러는 거 같다. 이 선택을 하는 건 페어에 따라 달라진다. 석준이는 외강내유니까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그럼 죽을 때까지 나랑 함께하자, 내 옆에만 있어’란 생각을 하며 안경으로 인해서 옆에 두게 만드는 거 같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