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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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소모적인 이야기는 안 끌려요."

우리나라 남자 배우 중 연기면 연기, 외모면 외모 중 빠질 수 없는 두 남자 공유와 박보검이 만난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 제작 STUDIO101, CJ ENM) 이 관객들을 만나며 순항 중이다.

영화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 ‘도깨비’, 영화 ‘82년생 김지영’, ‘밀정’, ‘부산행’ 등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 공유가 ‘서복’에서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아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기헌은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다 정보국으로부터 복제인간 ‘서복’을 안전하게 옮겨야 하는 제안을 받는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으며 실험실 밖 세상으로 나온 ‘서복’을 데리고 다니는 ‘기헌’,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영원한 삶을 사는 복제인간 ‘서복’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공유는 ‘서복’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자신에게 하는 질문 같았다고 서두를 열었다. 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게 되는 시나리오이다. 한 번 거절했던 작품인데 감독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객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어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복제인간이 근 미래적이고 제가 처음에 접했을 때 ‘너 왜 살고 싶냐’고 물어보는 거 같았다. 이 이야기를 장르물이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 낸다는 게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저에게 신선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제공=CJ ENM
제공=CJ ENM

다음은 공유와 일문일답이다.

Q. 죽음을 앞둔 시한부 ‘기헌’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점은.

"4개월 정도 기헌을 위해 준비했는데 작품을 할 때 사실 힘든 부분도 있다. 광고에서 보는 공유가 아닌 그 인물화가 된다는 작업이 재미있어서 배우를 하는 거 같다. 다소 불편하고 예민해질 수 있지만 그 순간을 즐기는 거 같다. 식단 조절은 예전에도 혹독하게 해서 나이가 있어서 오는 힘듦은 있지만 그렇게 힘들지도 않더라. 운동을 심하게 해서 몸을 키웠던 날도 있지만 기헌을 각인시키는 건 외적인 이미지로 모든 전사를 다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지 한 컷으로 어둠 속에서 단절된 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기 위해 눈이 퀭할 정도로 만들었더니 주변에서 만류하신 점도 있다.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영화 전체를 따지면 마라톤 같기 때문에 4개월 정도만 식단 조절로 약이 떨어져서 고통스러워하는 기현의 모습으로 시작하게 됐다."

공유.(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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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한부 선고를 받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모든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잖아요. 내가 죽은 날짜를 받고 기다린 거에 있어서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해서 얼마만큼의 고통인지 헤아리지 못할 거다. 아마 본인이 갖고 있던 성향과 성격들이 오락가락했을 거 같다.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예전에는 대범하게 하던 걸 당황할 수 있지 않나.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신도 있는데 유한함을 표현하기 위한 편집된 시퀀스가 있다. 예를 들면 기헌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안하무인 격으로 난폭하고 내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무례하게 대하는 거친 신이 있는데 편집이 되긴 했다."

Q. 이용주 감독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감독님이 기헌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고 해서 마냥 어둡고 말수도 없는 아웃사이더의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위트도 있고 장난도 치는 기헌인데 과거의 한 사건을 겪게 되고 벌과 같은 시한부 인생을 받아서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기헌이 마냥 죽어가는 사람처럼 다크하기는 바라지 않으신 거 같다. 처음 생각한 기헌은 어둡다고 생각했다."

공유.(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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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 중 서복이 기헌에게 한 대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기헌의 입장에서 뭔가 당하는 느낌인데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짜증이 났다. 바닷가에서 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발작하는 장면인데 그 후에 기헌이 서복에게 자기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이때 제가 연기하면서 크게 느껴진 게 “민기헌씨는 살릴 가치가 있는 사람이냐”고 묻는 서복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Q. 엔딩에 기헌이 총을 쏴 서복을 죽여준다. 서복을 살리면 시한부인 기헌도 살 수 있을 텐데 죽여달라는 서복에게 방아쇠를 쏘기까지의 생각은.

"제 욕망을 버리는 거와 동시에 서복의 평안을 빌어준다. 서복이 저를 테스트하는 거 같다. 마치 신이 인간을 테스트하듯 서복이 마지막에 저에게 기회를 준다. 서복은 아무에게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저를 테스트하듯이 물어본다. 구덩이에 불이 붙은 차가 떨어지면 모두가 죽는데 그걸 끌어오면서 자꾸 테스트한다. “니 목숨을 포기하면 모두가 살 수 있다”고. 기헌 입장에서는 헛된 욕망을 포기하면서 서복을 인격체로 바라봤을 때 서복의 평안을 위해 방아쇠를 당긴다고 생각한다. 총을 맞고 쓰러진 서복이 “졸려요”라고 말하는데 원래 서복은 잠을 자지 않는다. “졸려요”라고 말하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민기헌은 여전히 유약한 인간이다. 그 순간을 겪었다고 민기헌의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을 거다."

공유.(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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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헌의 캐릭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나.

"공감 못 했으면 ‘서복’ 안 했을 거 같다. 제가 공유라면 민기헌처럼 할 것도 있고 못했을 것도 있다. 방아쇠를 못 당길 거 같다. 엔딩신을 찍을 때 고민이 많았다. 훨씬 더 고민이 많고 주저하고 총구를 서복에게 겨누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총을 쥐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그렇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방아쇠를 당길지는 여전히 고민이고 방아쇠를 당긴다면, 총구가 왠지 나를 향할 거 같다고 감독님께 말했다. 서복을 쏘고 총구가 왠지 내 머리를 향할 거 같다니까 많이 놀라고 말리셨다."

Q. 박보검과의 호흡은 어땠나.

"보검 씨가 그간 했던 연기 중에서 못 본 눈빛을 보긴 했다. 그전에는 선한 눈매가 부각된 캐릭터였다면 눈빛이 매서운 순간이 있었다. 무표정인데 매서운 순간이 좋더라. 군대 다녀오면 그 눈빛을 보여줄 캐릭터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보검 씨와 같이 있으면 왠지 설득력이 있더라. 그간 보이지 않은 눈빛을 보여준 거 같아서 재미있었다."

공유.(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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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번 작품마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고 변신 아닌 변신을 한다. 벌써 공유의 차기작에서 모습이 기대되는데.

"변신을 생각하고 연기를 하지 않아서 변신이라는 말에 부담이 생기더라. ‘내가 안 해본 캐릭터니까 변신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소 캐릭터가 겹쳐도 제가 흥미로워하는 이야기에 끌리는 거 같다. 그리고 단순 소모적인 이야기에는 잘 안 끌린다."

‘서복’의 언론 시사회 후 기자 간담회와 인터뷰 중 인상 깊은 점은 공유가 질문하던 순간이다. 대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배우들과 달리 공유는 오히려 왜 그렇게 생각하고 질문을 던졌는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서복’ 시나리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처럼 작품에게, 스스로에게 그리고 대중에게 질문을 던지는 공유의 다음 질문이 궁금해진다.

한편, ‘서복’은 극장 상영을 종료하고 티빙(TVING)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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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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