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제공=(주)모먼트메이커)
김리.(제공=(주)모먼트메이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저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우먼처럼 하지 않았을까요?”

뮤지컬 ‘미드나잇’은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사라지는 공포의 시대, 한 부부에게 12월 31일 자정 직전 불길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제르바이잔의 국보급 작가 ‘엘친(Elchin)’의 희곡을 원작으로 영국의 극작가 ‘티모시 납맨’과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 ‘쓰루더도어’의 작곡가 ‘로렌스 마크 위스’가 협업해 뮤지컬로 만들었다.

뮤지컬 ‘미드나잇’은 2017년 국내에서 초연을 선보인 이후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은 ‘미드나잇 : 앤틀러스’는 내용이 같지만 ‘액터 뮤지션’은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기타, 퍼커션, 피아노 등을 연주하는 5인의 액터 뮤지션이 무대에 함께 올라 볼거리를 함께 선사한다.

김리는 ‘미드나잇’ 시리즈의 원년 멤버로 이번 시즌도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미드나잇’의 장인이지만 이번 시즌에 합류할 때 망설인 적이 있다고 한다. 김리는 “우선은 ‘앤틀러스’까지 합해서 다섯 번째인데 관객들이 저를 지겨워하실 거 같아 걱정했다. 저의 우먼이 익숙해지지 않을까 해서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할 때는 스케줄과 여러 상황으로 못 했는데 회사에서 불러주시고 많이 반가워 해주셔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의 매력으로는 “음악이 훨씬 풍부하고 무대에 있을 때 확실히 무대가 더 좁아서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거 같다.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할 수 있고 작은 무대에 7명이 북적거리는 게 풍성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리.(제공=(주)모먼트메이커)
김리.(제공=(주)모먼트메이커)

다음은 김리와 일문일답이다.

Q. ‘미드나잇’ 시리즈로 다섯 번째 만나는 우먼이지만 이번에 새롭게 느낀 지점은.

"제가 생각해 온 ‘미드나잇’과 다른 사람들의 ‘미드나잇’이 있을 거다. 시즌마다 다른 배우들의 맨과 비지터가 다르다보니 늘 새로운 극인 거 같다. 이 극의 매력은 액션과 리액션인데 세 명의 대사 안에서 호흡이 많다 보니 같은 대본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느낌일까 싶다."

Q. 우먼으로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우먼이 겪는 상황 자체가 저희가 겪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 옆집이 바로 끌려가서 죽을 수 있는 상황과 나와 함께 밥 먹은 사람이 총살을 당한다. 그러다 보니 나와 남편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매일 되새기고 느끼려는 거 같다."

Q. 우먼이 맨을 내조하는 조용한 와이프로 지내다가 ‘비지터’의 방문으로 몰랐던 우먼의 모습도 보게 된다.

"저도 몰랐던 저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인 거 같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사람이 스스로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 “개자식”이라고 내뱉기도 하고 밑바닥까지 꺼내 보이게 하는 존재인 거 같다."

Q. 김찬호, 신성민, 조환지, 이석준 네 명의 비지터를 만나는데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찬호 비지터는 오늘 처음 만나는 거라 어떨지 기대되고, 석준 비지터는 저랑 키 차이가 크게 나서 그거 자체로도 위압적인 느낌이 있다. 성민 비지터는 눈빛 같은 데서 날카롭다. 저를 꿰뚫어 보는 거 같고 툭툭 내뱉는 거에 날카로움이 있다. 환지 비지터는 어리지만 마지막에 사람이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며 에너지가 너무 좋다."

김리.(제공=(주)모먼트메이커)
김리.(제공=(주)모먼트메이커)

Q. 우먼은 자신도 비밀을 숨기고 있지만 남편의 비밀에 충격을 많이 받은 모습이다.

"저는 우먼 자체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원래 성격이 그랬는데 숨기고 살다가 폭발하는 인물로 생각하지 않고, 상황이 만든 일반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는 여자가 약하고 밖에서 일도 잘하지 않으니 어릴 때는 아빠의 보호를 받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보호를 받는 평범한 여자이다. 남편의 비밀을 알았을 때는 너무 놀라고 또 남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에 놀랐다. ‘그래서 내가 불려가게 된 거구나, 남편이 고발해서 나까지 불려가서 고발하게 되는구나, 이 상황이 남편 때문에 일어났구나’라며 상황이 파악이 된다. 배신감이 들다가도 남편이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던 거라 나중에는 저도 뭘 믿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사람이라면 한 가지 마음만 있는 거 아니다. 저도 저와 남편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고발하기도 하는데 마지막에 남편이 잡혀갈 때 애절해진다. 남편도 저를 지키기 위해서 한 건데 미안해지고, 저도 가정을 지키고 싶었고 거기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거 같다."

Q. 우먼의 비밀이 드러날 때는 어떤가.

"진짜 큰 비밀은 까발려지지 않는다. 대놓고 나오지 않는다. 첫 번째 비밀이 까발려질 때는 ‘나올게 나왔구나’란 생각이다. 자신이 부끄럽고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한 거란 마음이라 남편에 대한 미안함은 없다. 진짜 마지막 비밀은 안 밝혀졌기 때문에 변명을 이야기하게 된다. 하지만 속으로는 ‘거기까지는 안 나오겠지’라는 마음이다."

Q. 이 작품의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사랑. 결국에는 가족의 사랑인 거 같다. ‘미드나잇’의 이야기는 저의 아빠와 남편과의 사랑도 그렇고 밖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명목하에 벌어지는 일이다. 저는 가족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Q. 그럼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거 같나.

"저는 그렇게 안 할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할 거 같다. 예전 역사 속 사건을 보면 자기가 한 일이 아닌 일을 고문을 위해서 자백시키는 것도 있지 않나. 고문이 얼마나 힘들면 자기 자신도 못 지킬까. 사람이 극한으로 가고 가족을 협박하면 어느 정도 동조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런 일들이 만연하지 않을까."

사진=김리 제공
사진=김리 제공

Q. ‘미드나잇’ 시리즈가 다음에 또 올라온다면 하고 싶나.

"‘이제는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재미있는 거는 어쩔 수 없다.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작품이 별로 없다. 배우들에게 ‘이 역할은 쟤한테 찰떡이다!’ 이런 게 있는데 우먼은 저에게 그런 역할이다. 이 역할이 저를 불러준다면 언제라도 할 거 같다."

Q. 작년 말에 김리 배우가 유튜브 채널에서 기획한 ‘미스 뮤지컬’이 끝났다. 코로나로 인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도 남을 거 같다.

"‘미스 뮤지컬’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많다. 마지막 방송을 생방송으로 하면 많은 심사위원을 부르고 싶었다. 제작 대표님이나 피디님을 불러서 실력 있는 참가자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 분 한 분 영상을 다 따자니 일이 커지더라. 그러면서 많은 분들을 못 부르고 많은 기회를 못 준 거 같아서 미안하다. 결승 3인방뿐만 아니라 많은 참가자에게 여러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미스 뮤지컬’ 시즌2 멤버 모집하겠습니다. 스태프도 모집하고 뮤지컬계에 이바지하고 싶은 분들 연락해주십시오."

Q. 요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가.

"요즘에는 봄 날씨! 옷을 하나씩 벗는 게 즐겁다. 매일 매일 뮤지컬 ‘명동로망스’와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을 하면서 하루하루 공연한다는 거 자체가 정말 감사한 거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공연이 어떤 상황에 의해서 멈춰지고 무산되는 게 투자 같은 문제가 아닌 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 이번에 어떻게 보면 제작사 입장에서 공연한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닌 거 같다고 느꼈다. 이 상황에서 손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공연을 올려주고 대학로에 올 때마다 감사하다. 내일 당장 어떨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거 하나하나가 감사하고 행복하다."

현재 김리는 뮤지컬 ‘명동 로망스’와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에 함께 하고 있으며,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은 5월 30일까지 대학로티오엠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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