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가 지난 2009년 8월 유형기 원진씨엔씨 대표(유상봉씨의 아들), 김진호 경부유통 대표(유상봉씨의 매제)와 맺은 함바집 운영 계약서.©열린뉴스통신
S씨가 지난 2009년 8월 유형기 원진씨엔씨 대표(유상봉씨의 아들), 김진호 경부유통 대표(유상봉씨의 매제)와 맺은 함바집 운영 계약서.©ONA

(인천=열린뉴스통신) 박대웅 기자 = “그들은 함바집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함바집 운영권을 따서 팔아먹었다. 회사 자체가 실체 없는 브로커였다.”

23일 인천에서 만난 S(60)씨는 취재기자를 만나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함바집 운영 경력이 있는 S씨는 ‘함바집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유상봉(74)씨 부자에게 억대의 ‘함바사기’를 당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에는 ‘한’이 서려 있었다.

지난 2008년 4월 S씨는 충남 아산 탕정지역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함바집을 운영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의 ‘갑’은 부산 해운대구에 본사를 둔 김진호 경부유통 대표이자 원진씨엔씨 전무였다.

김 대표는 ‘희대의 사기꾼’ ‘전국구 함바집 브로커’로 알려진 유상봉씨의 매제(여동생의 남편)다. ‘원진씨엔씨’는 유 씨가 벌여온 함바집 운영권 사업의 모태가 된 곳으로 알려졌다. 유 씨 일가는 원진씨엔씨를 모태로 해서 경부유통, 경인유통, 범어유통 등 여러 개의 회사를 설립했다.

S씨는 함바집 운영권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총 3억 50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먼저 계약금조로 2억 원을 또다른 함바집 운영자인 A씨를 통해 김 대표에게 건넸다. 함바집을 여는 시기는 계약일로부터 두 달 후인 2008년 6월로 잡았다.

“함바집 운영권을 따준다고 해서 돈을 준 게 아니다. 함바집 운영권을 따서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그걸 믿고 돈을 준 것이다.”

하지만 함바집 개업 시기는 계속 미뤄졌다. 최종 2008년 10월에 열기로 합의하고 함바집에서 일할 직원들도 구했다. 하지만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S씨에게 “유상봉 회장이 건설회사 사장을 만나고 있으니 곧 연락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함바집 운영권을 하나 따면 여러 사람과 이중, 삼중, 십중으로 계약을 맺어 팔아먹은 것이다. 함바집에 들어갈 사람은 한 명이기 때문에 그를 제외한 나머지 계약자는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S씨는 “함바집에 들어갈 짐이 당시 평택 이삿짐센터에 보관돼 있었다”며 “이것은 철저히 계획된 사기였다”고 주장했다.

“몇 개의 회사가 있다고 하는데 회사 주소로 찾아가면 그런 회사는 없었다. 가짜 회사인 것이었다.(유상봉 부자는) 서울과 인천 등지에 이런 가짜 회사를 몇 개씩 거느리고 있었다.”

김 대표는 S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또다른 건설현장의 함바집을 제시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공사현장에서 운영할 함바집 계약은 공증까지 해주었다. 계약서의 ‘갑’에는 김 대표 외에 유형기 원진씨엔씨 대표가 추가됐다. 그는 ‘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씨의 아들이다.

“2008년 12월 공증을 해줬고, 2009년 2월에는 함바집을 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그렇게 수십 개 현장을 돌아다녔다. ‘인천 송도 포스코 현장을 가봐라’, ‘충남 천안 어디 현장을 가봐라’고 하면서 시간을 계속 끌었다.”

이후 2009년 8월 김 대표와 유 대표는 S씨에게 충남 연기군 행복도시 B-4블럭과 무주 태권도공원 건립공사를 다시 내놓았다. 이들은 “충남 행복도시 B-4블럭 아파트 함바집 운영권을 획득해서 2억 원에 넘겨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S씨는 계약금으로 1억 3000만 원을 건넸다.

“그런데 10월께 내가 아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 그 현장에서 이미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김 대표에게 전화했더니 오히려 ‘아직 식당도 짓지 않았는데 누가 함바집을 개업했다고 하느냐?’고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며칠 후 행복도시 현장을 가보니 이미 다른 사람이 함바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무주 태권도공원 현장의 경우 계약조차 맺지 않았다.”

S씨는 “이후 경기도 파주시 롯데캐슬과 인천 영종도 도시개발 아파트 현장 등에서 함바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것도 운영권을 따낸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S씨가 김 대표와 유 대표를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이 ‘함바사기’ 혐의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무혐의’ 의견을 내서 검찰로 송치한 것이다.

S씨는 충남 행복도시 B-4 블록 함바집 운영 계약 등과 관련해 지난 2009년 12월 김 대표와 유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사건을 맡은 서울강동경찰서는 2010년 9월 초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고, 서울동부지검도 며칠 후 ‘무혐의 처분’을 확정했다. 이후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당시 경찰이 함바사기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고 보긴 어려워 보였다. 우선 충남 행복도시 B-4블럭 등의 함바집 운영 계약은 2009년 8월에 체결됐다.

하지만 당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계약서의 ‘갑’인 원진씨엔씨는 3개월 전인 5월에 폐업되었다. 폐업된 회사의 이름으로 함바집 운영 계약을 맺고 공증까지 한 셈이었다.

그런데도 강동경찰서는 검찰에 낸 수사의견서에서 “원진씨엔씨 법인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원진씨엔씨의 법인은 폐업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이러한 의견이 ‘무혐의 처분’의 근거가 됐음은 물론이다.

강동경찰서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삼성건설 행복도시 B-4 블록은 입점되지 않았지만 무주 태권도 공사건은 현재진행중인 점” 등을 들어 ‘무혐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당시 삼성물산 측은 “무주 태권도공원 건립공사 현장식당 운영권은 체결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S씨는 “폐업된 회사 이름으로 함바집 운영 계약을 공증해 주고, 실제 진행되지도 않은 건으로 계약한 것은 완전한 사기임을 보여준다”며 “그런데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것은 ‘뒷배경’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상봉 부자와 유 씨 일가인 김 대표와 유 대표를 ‘무혐의’ 처분한 곳이 서울동부지검이라는 점은 독특하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에서 함바비리사건을 파헤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씨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이 아니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여러 건의 고소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함바비리를 수사했다. 안산지청에서 유 씨의 부산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많은 증거들을 확보했다. 사기금액이 300억 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두어 달 후인 2010년 11월께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갔다. 그걸 보고 함바집 운영자들은 동부지검에서 제대로 파헤치기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건이 워낙 커서 동부지검도 봐줄 수 없게 됐다.”

S씨는 “유 씨 부자·유 씨 일가를 고소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 왜 그런지 아느냐?”며 “아무리 고소한다고 해도 소위 빽(뒷배경)을 써서 금방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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