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선 칼럼니스트.
곽병선 칼럼니스트.

직장인들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의 기분에 맞추는 것인지 아니면 부하직원이 상사의 기분에 맞추는 것인지 묻는다면 대개의 경우 부하직원이 상사의 기분에 맞추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답할 것이다. 과연 그것이 옳은 답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분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책무다. 직원들의 기분이 다운되고 불편한 일이 이어지면 자연히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구성원들의 기분을 일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 리더는 때론 광대가 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을 감독하고 관리하며 평가하는 것 역시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가 후자의 역할에만 치우치게 되면 구성원들은 눈치를 보게 되고, 리더의 비위를 맞춰야 진급 등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리더가 전자의 역할을 중요시 하게 되면 조직에 유머가 넘치게 되고 성과도 향상된다.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거울 뉴런‘에는 다른 사람들의 미소와 웃음을 감지하고 스스로도 이와 같은 반응을 하도록 이끄는 기능만을 담당하는 하위 뉴런들이 있다고 한다. 감성지능 전도사인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상사가 자제심이 강하고 무뚝뚝할 경우, 조직원들의 두뇌 속에 있는 이들 뉴런은 거의 자극을 받지 못하지만, 상사가 잘 웃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라면 이들 뉴런이 활성화되면서 조직의 분위기는 좋아지고 결속력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재능 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 못 따라 가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 못 따라 가고, 즐기는 사람은 미친 사람 못 따라 간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여러 측면에서 언급되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수로 비교하면 유대인에 견주지 못한다. 유대인은 1백60여명 이상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민족은 매사에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녀에게 유머, 조크, 웃음교육을 시킨다. 미국이나 유럽도 어릴 때부터 유머교육을 철저히 시킨다.

유머가 적대감을 해소하고, 비판 수위를 낮추며, 긴장을 완화시키고, 사기를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어 실제로 보다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와 연구결과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머리더십이 기업경영의 중요한 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경영전략의 하나로 그 효과성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유머는 직장내 분위기에 활력을 줄 뿐 아니라 조직생활을 더욱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나아가, 적절한 유머의 사용은 조직 내의 의견충돌을 줄이고, 의사소통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며, 종업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로 Southwest Airlines, Sun Microsystems, Ben & Jerry's Ice Cream 등과 같은 많은 기업들은 유머를 경영전략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1994년 미국의 ‘경영자의 날’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직원들이 돈을 모아 한 신문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우리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 주고, 추수감사절에 직접 선물을 주며, 보스가 아닌 우리의 친구가 되어 주신 것에 대해 16,000명 임직원이 허브씨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전 직원들이 존경과 진정을 담아 대표이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에 근무하고 싶어 하고, 노사분규가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기업,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외치는 기업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CEO인 허브 캘러허(Herb Kelleher)는 직장은 항상 즐거워야 한다며 Fun경영을 실현한 경영자다. 그가 생각하는 모토는 “직원이 즐거우면 고객들을 가족처럼 대한다. 서비스에 만족하면 고객은 다시 찾을 것이고, 수익이 올라 주주들은 기뻐하게 된다”라는 것이다. 그의 기행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회사 오찬 자리에 엘비스프레슬리 복장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출근길에 토끼 분장을 하고 나타나 직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청바지를 입고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다. 다른 항공사는 고객은 항상 옳다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강조하였지만 그는 기내에서 폭음을 하거나 직원을 괴롭히는 불량고객은 과감하게 내쫒으라고 주문했다. 이렇게 Fun경영을 통해 비약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켈러허 회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적으로 갖고 있는 규칙에 대한 저항 심리를 잘 파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규칙이라면 왠지 구속 받는 것 같고 그에 대해 저항하고픈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규칙을 없앨 수는 없다. 딱딱한 규칙들에 유머를 더하면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접근할 수 있고 웃음 속에서 저항감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켈러허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존중’에서 시작된다. 그는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직원들부터 존중했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 직원들의 애사심은 다른 기업이 따라 잡을 수 없는 경쟁력이 된 것이다. 흔히들 직장을 전쟁터로 비유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구성원은 늘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삭막한 공간에서 켈러허회장과 같은 리더가 상사로 있다면 직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회사에 충성을 다해 일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은 본능적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Fun경영과 관련된 연구에 의하면 성과가 가장 뛰어난 리더들은 그저 그런 성과를 내는 리더에 비해 부하직원들을 평균적으로 세 배 더 많이 웃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직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취득하며, 더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한다. 다시 말해 웃음이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국의 ‘포춘’과 영국의 ‘선데이 타임즈’가 매년 초 각각 자국기업을 상대로 조사하여 발표하는 ‘일하기에 가장 훌륭한 100대 기업’에 선정된 기업의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가 ‘재미’이다. 일하기 좋은 회사는 조직 구성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회사와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에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일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버진 그룹은 항공, 모바일, 음료, 금융, 미디어, 레저, 철도, 스포츠 등 수많은 업종에 진출해 있지만, 그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독보적인 기업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의 리더십과 경영관의 영향이다. 그는 자신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업은 돈을 버는 것도 목적이지만 무엇보다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 즉 일도 재미와 보람을 같이 느끼면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것이다. 나는 도전을 즐긴다. 그 도전은 어떤 부분에서는 무모할 정도로 보이지만 나는 그 도전을 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다.” 즉 그에게 수많은 도전은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 아닌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기준인 것이다. 버진콜라를 출시하면서 미국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제압하겠다고 뉴욕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 코카콜라 간판에 대포를 쏘거나, 웨딩 서비스 업체인 버진 프라이드를 홍보하기 위하여 웨딩드레스를 입고, 걸프전 때는 바그다드로 인질 구조 비행을 감행하는 등 모두가 창의성과 함께 ‘즐거움이 우선’이라는 철학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괴짜 CEO’ ‘경영계의 이단아’ ‘아이디어맨’ ‘금세기 가장 창조적인 경영인’ ‘히피적 자본가’ 등 온갖 수식어를 붙여 설명한다. 언젠가 한 세미나에서 리처드는 “조직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음, 조직은 사랑입니다”라고 답했다. 그가 말한 사랑에는 도전, 열정, 행복, 즐거움, 성취감이 모두 응축되어 있다. 리처드 브랜슨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리더는 무엇입니까?” 그가 답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책상 뒤에 숨지 않는 리더입니다. 리더는 조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가 직원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조직이 잘 돌아가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유머는 개인의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긴장과 갈등을 완화해 조직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비록 어떤 농담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농담이 가진 의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기업 내 상사와 부하 사이처럼 수직적인 관계에서 유머는 의사소통을 보다 수평적으로 변화시켜 분위기를 밝게 하고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일 한 대학의 연구진은 독일 직장인 142명을 대상으로 상사의 유머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번아웃(극도의 피로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리더가 유머를 많이 사용할수록 부하 직원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긍정적인 관계는 직원의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번아웃을 완화시켰다. 더 놀라운 점은 유머의 긍정적인 효과가 조직 내 위계질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의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조직 내 위계질서를 바람직하게 여기고 공식적인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구조화 욕구’가 강하다고 정의한다. 구조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유머를 싫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구 결과 구조화 욕구가 강한 직원들에게도 리더의 유머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구조화 욕구가 약한 부하 직원에 비해 긍정적인 효과가 덜했지만 말이다.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은 유머를 슬기롭게 리더였다. 그가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에 출마하여 경쟁자인 스티븐 더글러스(Stephen Douglas)와 격렬한 토론을 벌렸다. 더글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러분, 링컨 씨가 스프링필드에서 식료품 가게를 할 때 주법을 어기고 술을 판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상원의원이 될 수 있습니까?” 링컨이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더글러스 씨가 한 말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때 저의 식료품 상점 최고의 고객은 바로 더글러스 씨였습니다.” 청중들은 이 말을 듣고 폭소를 터트렸다. 잠시 후 링컨은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지금 그 상점을 하고 있지 않지만 더글러스 씨는 지금도 그 상점의 최고의 고객입니다.” 청중들의 폭소가 이어지고, 토론회는 링컨의 쾌승으로 끝났다. 링컨은 어려서부터 지독한 가난과 고난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슬픔과 우수가 몸에 배어 있었다. 링컨은 늘 우수에 젖는 그의 성격이 자신에게 엄청난 불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런 불행한 기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가지를 노력했다. 첫째는 성경과 양서를 많이 읽고 그 안에서 역경을 반전시키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었다. 둘째는 유머의 센스를 통하여 슬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힘을 얻었다. 셋째는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면서 생의 보람을 누렸다. 적절한 유머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촉매제가 된다. 긍정적인 유머는 시련과 고난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해 주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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