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윤재호©㈜엠피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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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루카’ 배역 질문) 극 초반에 거의 원맨쇼처럼 혼자 극을 이끌어 가는데, 체력을 유지하는 비법은.

재호 - 체력이 유지가 되고 있는지 하락세인지 판단이 안 선다. (웃음) 잘 먹고 잘 자고 따뜻한 거 많이 마시면서 체력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실시간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보안이 될까 생각하다 보니 관객과 아이컨택을 하면서 소통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게 안 느껴지고, 관객이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면 내 이야기 잘 듣고 있다는 생각에 탄력을 받아서 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제가 연습할 때 든 생각은 ‘루카’가 앞에 혼자 진행하면서 관객하고 계속 같이 있는데, 공유하는 마음이 없으면 과연 재미있을까? 싶었다. ‘어떻게 하면 몰입을 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예전에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스파이더맨 놀이기구를 타던 게 떠올랐다. 스파이더맨이 4D로 눈앞에 나타나고 바람이 불고 물도 튀기고 “구해줄게, 따라와!”라고 하는데 어느 순간 몰입하고 있더라. 이 기억이 떠오르면서 스파이더맨처럼 상황을 설명하면서 관객을 몰입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관객과 소통하며 심리적으로 체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Q. (‘루카’ 배역 질문) ‘루카’는 원래 새하얀 작은 새였다고 하는데, 각자 생각하는 루카는 어떤 종류의 새일지 궁금하다.

재호 - 새하얗고 작은 새에 포인트를 줘서 조류도감을 찾아봤다. ‘흰’, ‘하얀’에 포커스를 맞춰서 찾아보니 ‘흰머리오목눈이’를 찾았는데 한 번쯤 보셨을 거다. 저는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루카’로 보이고 싶다.

진우 – 덧붙이자면 재호는 동글동글한 하얀 새면 찬종이는 앵그리버드처럼 부리나 눈썹, 깃털이 조금은 삐죽하게 각이 졌을 것 같다. 이담이 형은 펭귄으로 SNS에 돌아다니는 펭귄 영상을 보면 말 안 듣고 혼자 딴 데 보고 가다가 얼음 구덩이에 빠지는 그런 새일 것 같다. 본인들의 성격이 드러나는 새다.

윤재호©㈜엠피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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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빈치’에게 그림이 소중한 것처럼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진우 - 사람. 신이 사람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지더라. 제가 앞서 신의 눈물을 사랑으로 해석한 것처럼 신의 사랑이더라. 태초에 천사를 만들고 인간을 사랑해서 곁에 두게 만든 거고, 그들이 사랑을 받았기에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 만약 제 주변에서 사람이 사라졌다고 하면 마음 아플 것 같다.

재호 - 나 자신이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요즘 저의 주위 분들이 저의 시기가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하더라. 실제로 심적으로 혼란스럽기도 하다. 올해 유독 그러지 않은 척하면서 헤쳐나가면서 살려고 하는데, 내가 아는 게 아니었고 내가 이럴 거라고 예측했는데 또 아니고, 결국엔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그릇이 넓지 않구나’ 생각하는 순간이 늘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누군지, 지금 어느 위치에 어떻게 서 있는지,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는 시기인 거 같다. 이것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려면 내가 나를 미워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 자신을 소중하게 돌보고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향후 몇 년간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진우 - 소중하다는 건 지키고 싶은 거 아닐까. 내가 가진 것들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같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걸 소중하다고 말하긴 어렵고,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지키고 싶은 게 있으니까 소중한 것 아닐까. 그런 의미로 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건 사람인 거 같다. ‘자코모’가 울고 있을 때 ‘발렌티노’가 “내가 널 사랑하고 있어” 라고 할 때 ‘내가 널 지켜줄게’라는 마음 아닐까.

이진우©㈜엠피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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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코모’와 ‘다빈치’, 그리고 ‘발렌티노’에게 ‘루카’는 서로가 어떤 존재인가.

진우 - ‘자코모’에게 다빈치란 사랑이다. ‘자코모’ 입장에서는 다빈치가 웃기는 사람이다. 정말 그 자체가 사랑스럽기 보다는, 말도 안 듣고, ‘저 아저씨 왜 저래?’라는 마음이 들지만 사랑스러운 감정이 있다.

‘발렌티노’에게 ‘루카’도 사랑인데 ‘왜 루카일까?’에서부터 생각을 많이 했다. ‘루카’가 새인데, 이게 그냥 새일까? ‘사라진 천재들의 역사’ 넘버에서 “예술작품은 무너지고 천재들도 쓸쓸히 다 죽어갔어, 그리고 그의 무덤가에 새들이 있었다”는 대사가 있다. 그걸 듣고, 새들? bird라는 이미지가 아니고 작품의 환생적인 이미지로 예술가일 수도 있는 걸까?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앞에서 ‘발렌티노’가 씩 웃는데 웃음이 그 웃음이 아니고, 사라진 천재들이 환생했을 때 새(bird)로 환생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그럼 ‘발렌티노’가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가 예술가이고 죽었다, 그 후 그 여자가 새(bird)로 환생을 한 게 ‘루카’이고. 그럼 ‘루카’가 그 여자인 건가? 라고 생각하면 너무 간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 대본이 재미있다.(웃음)

재호 - ‘루카’에게 ‘발렌티노’란 형. ‘루카’가 ‘발렌티노’는 죽었으면 좋겠고 나의 적이고 다시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런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형이랑 어릴 적에 굉장히 많이 싸웠다. 때리고 욕하고 심하게 싸워서 아버지한테 혼난 적도 있는데, 지켜보니 그 모든 행동이 질투도 있고 따라 하고 싶기도 한 마음이 있더라. 내가 못하는 걸 형이 웬만하면 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공존하다 보니 어느 순간 형이 우상이 되어있더라. ‘루카’도 ‘발렌티노’를 우상처럼 여기지 않을까.

‘다빈치’에게 ‘자코모’는 어쨌든 ‘자코모’가 ‘다빈치’를 평범한 예술가에서, 더 훌륭한 예술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코모’가 ‘다빈치’ 삶에 나타난 순간부터 또 다른 큰 짐을 짊어지게 되었고, 분명히 그게 무거울 테지만 큰 성장의 계기가 있었을 거고 인간적으로도 많이 깨어졌을 것 같다. 마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 사람이 더 성장한다는 것처럼 ‘다빈치’에게 ‘자코모’가 그런 존재이지 않았을까.

진우 – 들어보니 ‘다빈치’에게는 ‘자코모’가 천사일 수 있겠다. “하얀 날개, 새 한 마리 주세요”가 ‘자코모’일 수도 있겠다. 넘버 중에 ‘자코미나’ 가사가 너무 슬프다. ‘나의 작은 악마’였다가 ‘천사’라고 표현하는데 가사가 슬퍼서 미치겠는 게 많다.

윤재호©㈜엠피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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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루카’ 역의 김이담, 김찬종, 윤재호, ‘발렌티노’ 역의 양지원, 송광일, 이진우가 연기하고 있는데 세 명의 상대역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재호 - 광일 형님은 독보적으로 익살스러운 면이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진다. 진우 형님은 다른 두 명의 ‘발렌티노’ 보다 아픔을 지그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애써서 밝아지려고 하지도 않고 느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있는 그대로 느낀다. 지원 형님은 생각만 해도 웃음부터 나는데, 세 명의 ‘발렌티노’ 중에 제일 반항심이 있지 않을까. 아픔을 자기식대로 표현할 거 같다. 광일 형님은 감추려는 목적이 있다면 지원 형님은 자기식대로 표출해내고 좀 더 자극적인 면모가 있다.

진우 - ‘루카’로는 앞서 새로 표현했던 게 그대로이고, ‘다빈치’로 비교하자면 재호 ‘다빈치’는 배려가 깊다. 눈물을 흘려도 절대 내 앞에서 안 울 것 같다. 내 앞에서 엄격하게 “자코모 안 돼, 너 해 보면 눈 아프잖아” 라고 말하지만 뒤에서 속상해할 것 같다. 되게 진실 될 것 같고, 잘못한 게 있으면 앞에 앉혀 놓고 설명할 것 같다. 찬종이는 뜨겁다. 실제 성격도 그렇고 되게 열심히 사랑하고 엄청 따끔하게 혼낼 것 같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괜찮냐,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잘 케어해줄 것 같다. 이담이 형은 이 둘의 중간으로 따뜻하다. 재호나 찬종이는 아버지 같으면 이담이 형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나이 때문이 아니라 같은 말을 들어도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하는 느낌이 다르지 않나. 나이 때문이 아니다. (웃음)

Q.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을 아직 예매하지 않은 분들에게 이 공연을 예매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재호 – 자극적이지 않고 내용의 소재도 흔치 않고, 이런 내용을 담아서 따뜻함과 애틋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 두 번 최대 열 번 보셨으면 한다. (웃음) 제가 잘 반겨드릴 테니 한 번쯤 보러와 주세요.

진우 – 일단 오시면 무대 위에 두 천사와 인간을 보시면 극장 밖으로 나가셨을 때 주변에 있는 천사들을 만나지 않을까.

이진우,윤재호©㈜엠피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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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페어 릴레이 인터뷰 첫 주자인 김찬종 배우가 두 배우에게 질문한 것에 대해 답변을 하고, 다음 릴레이 인터뷰의 주자인 양지원, 김이담 배우에게 질문을 하자면.

찬종 - 재호는 저랑 친구다. 재호가 연습하면서 엄청 열심히 했다.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본인이 가진 부담감도 많더라. 재호는 슈퍼 I(내향성)이고, 저는 E(외향성)인데, 재호가 혼자 말도 잘 안 하고, 어떤 거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지 말 안 할 때 고민을 많이 들어줬다. 재호가 저에게 고마움을 많이 표현해줬는데, 공연을 올라가고 나서 어차피 잘 할 거 알았는데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 그래서 지금 잘해서 기분 좋냐? 괜찮냐?

진우 형은 없다. (한참 생각 후) ‘머더러’ 이후로 오랜만에 연기를 같이하는데 어떠신가요?

재호 - 찬종이가 이거 물어볼 줄 알았다. 저보다 경험이 많으니까, 고민도 잘 들어줬다. 찬종이가 물어본 쪽으로는 괜찮아졌고 또 다른 고민이 생기긴 했다. 찬종이한테 고민을 털고 공연을 올리고 든 생각이 정답을 찾으려는 게 무의미하더라. 지금 당장 느낌표를 찾을 수는 없다. 어차피 부딪혀야 하고 물리적인 경험을 하고 나서 조금씩 풀어나가는 거지, 그렇게 많이 고민을 할 필요가 있나? 좀 더 행동할 걸 싶다. 하지만 찬종아 고맙다. 이거 꼭 써주세요.

진우 – “진우 형도.” 이렇게도 써주세요. (웃음) 찬종이 저한테 정말 질문이 없었나 보다. ‘머더러’ 때는 둘 다 존댓말을 했는데... 답을 하자면 ‘좋아요^^’ 이렇게 세글자와 웃음 표시만 해달라. 그리고 지원이 형과 이담이 형에게 질문은... (장시간 침묵) “한동안 조용했다, 온풍기 소리만 들렸다” 이렇게 써야할 것 같다. (웃음)

재호 – 이담이 형 요즘도 스트레스받으면 먹는 거로 푸시나요?

진우 – 지원이 형 다이어트하신다고 했는데 얼마나 빼셨나요? 계단 오르기 운동으로 살 빼셨다는데 그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한편,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 타락천사 편’은 2022년 1월 3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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