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윤재호©㈜엠피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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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천사, 본 적 있어?” 조명이 켜지면 사람인지 천사인지 구분 안 되는 한 남자가 묻는다. 천사, 떠올리는 이미지에 그런 모습은 아니지만, 2시간가량 관객의 눈앞에 나타난다.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제작 ㈜엠피앤컴퍼니)가 2016년 초연, 2018년 재연 당시 뮤지컬 마니아들의 반복 관람을 이끌어내며 사랑을 받은데 이어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은 상상 속 존재인 천사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역사 속 예술가와 작품까지 등장시킨다. 특히 신에게 선택받은 예술가에게 하나의 천사가 주어진다는 가설로부터 시작된 신비롭고, 감각적인 소재와 중독성 강한 리듬과 록 장르를 활용한 넘버들은 공연에 대한 깊은 잔상을 남겨,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회자되기도 했다.

최근 열린뉴스통신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의 여섯 명의 배우 양지원, 김이담, 송광일, 이진우, 김찬종, 윤재호를 페어 별로 만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재호©㈜엠피앤컴퍼니
윤재호©㈜엠피앤컴퍼니

다음은 ‘루카’, ‘다빈치’ 역의 윤재호, ‘발렌티노’, ‘자코모’ 역의 이진우와 일문일답이다.

Q.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이하 ‘타락천사’)은 두 배우 모두 처음 참여하는데 함께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고, ‘타락천사’ 대본은 쉽게 읽히지 않는 편인데 대본을 봤을 때 어땠나.

진우 – 정말 쉽게 읽히지 않았고, 제가 원체 빠르게 읽는 편이 아니라 정독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제일 먼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1인 2역으로 한 인물이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 총 4명의 캐릭터가 나온다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재호 - 작품 첫 대본 읽었을 때 사연이 깊어 보였다. 4명의 인물이 고군분투를 하는 에피소드가 많다고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한편으로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의문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해하는 방향성이 다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테이블 작업을 빨리하고 싶었다.

진우 – 평소에 천사, 새, 환생 등 이희준 작가님 작품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해석의 여지가 많다고 드니까 빨리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싶었다. 실제로도 연습 과정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Q. 해석의 여지가 많다고 했는데, 그럼 연습 과정이나 공연을 올리며 점점 다른 해석이 느껴진 때가 있었나.

진우 – 연습을 시작하고 첫 주에 음악 연습을 먼저하고 후에 드라마 연습과 병행하는데, 이때 배우들이 모여서 처음 이야기했던 게 “어떤 느낌이세요?”라고 물었더니 다 다른 의미를 이야기하더라. 저조차도 쉽게 넘어갔던 부분이 다른 배우가 생각하는 게 다르다고 느껴서 ‘순탄치 않겠구나’라고 생각됐다. (웃음) 정말 좋은 의미로 말이다. 하나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게 좋은 의미로 좋았다.

재호 - ‘천사를 만났어’ 넘버가 1막과 2막에 두 번 나오는데 ‘다빈치’에게 태도 변화가 있다. 1막은 ‘루카’가 말하고, 2막은 ‘발렌티노’가 말하는 입장인데 그걸 간과하고 처음에는 ‘똑같은 넘버를 두 번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1막과 2막의 구분을 지으니까 ’루카’가 바라보는 ‘다빈치’는 이럴 수 있겠지, ‘발렌티노’는 이런 ‘다빈치’를 봤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진우 – ‘자코모’는 두 번째 리프라이즈 다음에 ‘정신차려, 자코모’라는 넘버에서 변화가 설명되고 달라지는 게 보이는데 ‘다빈치’는 이 짧은 순간에 표현해야 한다. 찬종, 재호, 이담이 형 ‘다빈치’가 변화의 지점을 찾아나가는 걸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이진우©㈜엠피앤컴퍼니
이진우©㈜엠피앤컴퍼니

Q. ‘타락천사’에서 ‘루카’는 ‘다빈치’, ‘발렌티노’는 ‘자코모’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는데 각자 캐릭터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상만으로도 변화가 있지만 1인 2역을 더 두드러지게 표현한 점은.

재호 - ‘루카’는 순수와 긍정을 생각했는데, 연습을 하면서 2, 3 주차에 든 생각인데 ‘루카’가 천년에서 이천 년 동안 지상 세계에 내려와 예술가를 찾는 임무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랬을 때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하면 버티기가 쉽지 않을 거 같고, 괴로울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하지만 ‘루카’는 보통 성격과 다르게 그 순간 새롭게 변하는 것들인 사람들이나 문화에 대해서 설레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걸 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그만큼 긍정적인 천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지상 세계에 내려온 미션에 대한 수고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제가 연기하면서 관객들과 그런 쪽에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매번 오는 관객이 다르니 항상 새로운 이야기와 예술가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다빈치’의 키워드는 물음표다. 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보다는 오랜 경험을 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에 몰두해서 집중하고 갈망하고 열망하는 것들이 있고, 그것을 사랑했다가도 증오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잊고 싶다가도 잊히지 않아 마음 한구석에 내가 정말 원하는 걸 마음에 둔다. 결국에 곡선의 물음표를 직선의 느낌표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다 보니,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된다. 위인들을 보면 끈질김이 있고 책임감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항상 의문을 가지고 물음표가 있기 때문에 느낌표가 나오고 후대에도 ‘대단하다!’라는 느낌표가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러한 점들을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때 그림을 연기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한다. 맞닿아있는 부분도 많더라.

진우 – ‘자코모’와 ‘발렌티노’ 둘 다 ‘아모레 사랑’이다. 다른 것도 많겠지만 이 하나가 제일 큰 것 같다. 크게 말하면 전부인 것 같다. 재호가 ‘다빈치’가 그림에 대해 고민하는 걸 연기에 대입했다고 하는데, 연습실에서 런을 보는데 ‘다빈치’ 역의 배우 세 명이 ‘그림을 잘 모르겠어’ 넘버와 가사를 말하는데 캐릭터도 배우도 둘 다 너무 사랑스럽더라. 연습실 초반에 가사나 대사 암기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걸 해내려고 하는 배우와 그 캐릭터의 가사가 정말 사랑스럽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못 때려치우겠다’는 그 하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게 진짜 사랑스럽다. 연기를 고민하는 재호를 보면서 관객들은 사랑으로 봐주지 않을까. ‘다빈치’가 그림은 못 그린다고 하지만 다시 한번 그려보겠다고 할 때도 ‘발렌티노’는 그가 사랑스럽다. (웃음)

Q. 자신이 맡은 역보다 상대역이 더 탐난 적은 없나.

재호 – 지금은 없지만, 그때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던 적이 있다. ‘말렐루야’ 넘버로 2막 초반에 ‘발렌티노’가 ‘다빈치’ 앞에 모습을 딱 드러내면 ‘다빈치’가 놀라서 넘어지는 장면이 있다. 제가 그때 엉덩이를 너무 심하게 찧어서 근육이 아픈 게 아니라 신경이 눌린 느낌이어서 공연 중인데 “아오!”라고 내뱉어버렸다. 그런데 위를 보니 지원이 형이 ‘발렌티노’로 웃고 있는 거다. 저는 연기가 아니라 정말 너무 아팠는데 ‘발렌티노’가 여유롭게 웃고 있어서 그 순간만큼은 엉덩방아를 찧게 해보고 싶었다. (웃음) 지금은 제가 손을 짚고 넘어지는 거로 바꿨다.

진우 – 당연히 제가 안 해본 역할이니까 재밌어 보이는 게 있다. 극을 시작하면 ‘루카’가 넘버 4개를 책임지면서 13~5분가량 혼자 하는데 ‘루카’들은 힘들겠지만, 저희는 완성된 것을 보니까 좋은 것만 보이더라. ‘발렌티노’ 넘버에서 큐빅 던지는 데 멋있더라. 하지만 정작 하라고 하면 힘들겠죠? (웃음)

이진우©㈜엠피앤컴퍼니
이진우©㈜엠피앤컴퍼니

Q. (‘발렌티노’ 배역 질문) 보스(신)에게 지금 느끼는 감정이 궁금하다. ‘다빈치’와 헤어지고 500년이 흐른 상황에서 보스에게 어떤 감정을 느낄까.

진우 - 다른 감정이 생긴 것 같다. ‘발렌티노’는 그 상황에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예전에 이랬었어”라고 뒤돌아보는 입장이더라. 추억을 떠올리다 보니 신에 대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대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발렌티노’가 조금은 신을 이해했을 것 같다. ‘신의 눈물’ 가사에 나온 것처럼 “신도 나를 위해서 울었다”고 나오니까 말이다. 그 눈물이 얼어붙어서 눈이 됐고, 40일간 내렸다고 하지 않나. ‘발렌티노’도 신이 얼마나 나를 사랑했는지 안다고 생각해서 분노나 원망은 누그러졌을 것 같다.

Q. (‘발렌티노’ 배역 질문) ‘발렌티노’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캐릭터라 눈물 참기가 힘들 것 같은데, 눈물 참을 때 노하우가 있나. 어떤 생각 하면서 눈물을 참는지.

진우 - 연습 과정에서는 눈물이 차오를 거라고 생각 안 했다. ‘발렌티노’는 눈물을 빼앗겼다고 하니까 ‘그렇구나~’ 싶었는데 극장에 와서 공연을 하는데 눈물을 못 참을 것 같을 때가 많다. ‘가슴이 뛴다’도 그렇고 ‘그림은 잘 모르겠어 리프라이즈’인데 ‘다빈치’가 “나 이제 서 있을 힘도 없고 미안하다고”할 때 정말 ‘다빈치’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안됐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눈물이 날 것 같다.

‘발렌티노’가 뺏긴 눈물이 눈에서 나오는 액체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 안에 눈물이 속해있다고 보는데, ‘발렌티노’가 눈물을 뺏기면서 사랑도 멈췄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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